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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핌비 Dec 22. 2019

12화. 쉬운 길

내가 가는 길에 후회가 없으려면 오롯이 내가 선택한 길이어야 했다.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가장 후회하는 일이 있다면 바로 '공인중개사' 공부를 한 것이다.  항암 3회차가 되었을 때인가 부모님이 부동산 거래를 하셨다. 전화 통화를 두번 정도 하고, 거래가 이루어졌는데 ...세상에나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수수료를 받는 직업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런 좋은 직업이 있다니. 

맞다. 나는 세상 물정을 전혀 몰랐다. 나름 건설회사에서 전문직으로 일을 했지만, 그 밖에 일은 전혀 모르는 바보 였다. 그래서 그 귀한 시간을 나는 공인 중개사 공부를 했고, 공인 중개사에 합격했다. 


늘 그랬던 것 같다. 쉬워 보이는 길.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 갔던 것 같다.  대학교와 학과도 부모님이나 사회가 원하는 대로, 회사도 ...그렇게 신중히 내 마음이 원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닌.. 그냥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했던 것 같다. 사회가 원하는...부모가 원하는...남들이 좋다는... 좀 편해 보이는.


살면서 크게 후회한 적 없이 , 나는 대학도, 회사도 무난하게 갔고, 남들에게 칭찬만 받고 살아서 잘 사는 줄, 세상이 그냥 잘 돌아가는 줄 알았는데..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과 함께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 왔다. 회사에 복귀하고 처음으로 회사의 눈치가 보였을 때 부터 였는지, 회사의 배려에 편안 부서에 배치 되었을 때 자존심 때문에 회사를 때려치고 나와, 사회의 냉정한 쓴 맛과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부터 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것이 엉망 진창...나는 열심히 살아왔는데 세상이 나쁘고,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안다. 내가 그동안 내 길을 온전히 내가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일이라고...

늘 주위의 칭찬에...쉬운길만 잘 선택하고 살아왔다는 것을. 


나란 녀석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하고 싶고,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안정감이 있고 행복한지를 보지 않고, 남들이 좋아하는, 남들이 원하는, 남들이 시선에 만족하기 위해 살아왔다는 것을. 

그래서 오랜시간 화려한 빈껍데기로 살아왔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인생의 반이 지나기 전에 알아서...만약 은퇴할 시기에 알았다면 얼마나 더 억울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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