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핌비 Dec 21. 2019

11화. 내 인생 최고의 선물

그동안 나는 어떤 친구였을까?  


아프다 보면 마음은 꽤 변덕 스러워 진다.  어느 날은 세상을 모두 용서 할 것 처럼 한 없이 마음이 넓어지고, 어느 날은 마음이 한 없이 옹졸해지기도 한다.  친구.  나에게 친구가 그랬다.  많은 친구를 사귀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나이가 되니, 규칙적으로 나가야만 하는 모임이 있었다. 대학과 관련된 모임, 직장과 관련된 모임 등.  아프고 나서  친구들이 던진 위로는 때로는 상처로 돌아 올 때가 많았다. 일부러  더 아프게 만들려고 던진 말들은 분명 아니 었겠지만, 나는 많은 상처를 받았다. 


누구는 진정한 친구고, 누구는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라는 유치한 이분법적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 당시 나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어 준 고마운 친구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나에게는 친한 벗이 있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1학년, 

함께 한 추억이 많다. 눈이 많이 오는 날 학교 운동장에서 정신없이 놀았던 기억도 있고,  대학교 들어가서 둘다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자연스럽게 자리를 만들어 커플 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그녀는 졸업과 동시에 결혼을 할 때도 24살 어린 나이에  최선을 다해(?)  그녀 옆을 지키며 모든 것을 엉성하게  챙기며 설레임을 함께 했다. 그 후 그녀는 플로리다로 이민을 갔고, 나는 회사 일로  바쁘게 살았다. 그녀가 한국에 왔을 때는 나는 남아공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라 서로 그렇게 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아주 가끔은 서로의 안부를 전했다.  


그녀가 10년만에 아이를 가졌을 때, 나는 남아공에서 그녀와 함께 10달을  기도하며 기달렸다. 그 때 태어난 아이가 레이첼  한국이름으로 성무다.  내가 나은 아이도 아닌데  오랜 시간 기다려서 그런지 조카만큼 특별한 아이다. 


그런 레이첼에게 나는 세상에서 제일 귀한 선물을 받았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모가 아프다는 말에  머리를 잘라 '유방암 협회'에 보낸 것이다. 그래서 얻게된  유방암 관련 책자와 뱃지, 그리고 작은 핑크 인형을 받았을 때의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돈' 보다 더 좋았다.  첫 항암주사를 맞고 숨도 쉬기 어려울 만큼 힘들 때, 친구들은 다음에 보자는 나를 본인들이 시간을 정해 와서 '돈'을 주고, 불쌍한 얼굴과  불편한 시선을 선물로 주고 갔다.  가장 힘든 순간 나에 대한 배려 없이 .... 이 후 , 난 그 친구들 모임에 나가지 않는다. 바빠도 3개월에 한 번은 만나서  럭셔리한 식사를 하거나, 뮤지컬을 보던  내가 좋아했던  그 모임에 나는 안나간다. 그녀들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고 괘씸하고, 어쩌면 자격지심에 안나오는 거라 생각하겠지만, 아프고 나서 내가 가장 많이 변한 것은 마음이 불편한 의무적인 모임은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그 꼬마 아가씨로 돌아가서, 그녀는 평생 (?) 길러온 머리를 잘라서 이모에게 큰 선물을 주었다. 그 머리를 기르기 까지 친구에게 꽤 혼난 듯하다. 어느 날 부터 아이가 머리를 다듬지도 않고, 머리를 건드리지 못하게 하니, 당연히 그녀는 레이첼을 혼낼 수 밖에...


나도 그녀도. 레이첼의 결정에 친구는 미안함과 기특함이, 나는 항암 후 오는 오한이 사라질 정도로 따뜻함과 고마움에 눈물이 났다.  그녀의 엄마는 내가 백혈구 수치가 올라와 컨디션이 좋을 때면 어김없이 '카카오톡'으로 음성통화를 했다. 좋은 이야기와 명상에 관한 이야기. ..


그 때 나는 물었다. " 이런 좋은 이야기는 어디서 찾은 거야?"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과거 그녀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었는지...나는 당연히 10년 만에 낳은 아이가 태어 났을 때, 그녀는 행복할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플로리다에서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생각보다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다. 매일 날카롭게 우는 아기가 순간 자신을 괴롭히려고 태어난 건 아닌지..말로만 듣던 산후 우울증을 알았다고 한다.. 비행기 날라가는 것에만 유일하게 조용해져 매일 공항에 가서 아기를 안고 울었다는 것을. ...


그랬구나..그랬었구나. 담담하게 이야기 하는 그녀. 그녀가 나에게 들려주었던 많은 좋은 이야기와 명상하는 법은 그 고통의 시간을 통해서 터득했던 것이 었다. 그 날은 아픔을 잊을 만큼 마음이 아팠다.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 그녀와 그녀 딸이 번가라가며 나의 고통을 잊을 만큼 따뜻하게 해주었다.  


이 후, 

나는 그녀와 그녀 딸과 여행을 했다. 

함께  잊었던 나의 고등학교 시절  가장 가고 싶었던 '디즈니 월드'에서 일주일간 재미나게 놀았고, 

함께  항암치료 중 계획했던 대한민국 국토여행을 한달간 함께 했다. 


물론 그녀의 남편이 준 선물이기도 하다. 


나는 혼자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런데 그녀와 그녀 딸과 하는 여행도 좋다.  레이첼은 무뚝뚝한 아이다. 그래서 말을 많이 하지 않지만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편하다. 뭔지 모르지만 서로에게 애뜻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어떤 친구일까? 

설마 나만 좋은 건 아니겠지? ^^ 



이전 10화 10화. 좋은의사 & 나쁜의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