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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핌비 Dec 21. 2019

10화. 좋은의사 & 나쁜의사

나는 사람입니다.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주세요. 

직장에서 건강검진이 있을 때마다, 늘 바쁘다는 이유로  '산부인과' 검사는 교묘히 빠져 나갔었다. 뭐가 그리 부끄러웠는지, 여성에게 가장 중요할 수 있는  검사를 매번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고,  그래서 였을까 하필 걸린 병이 유방암. 의사들에게 내 몸을 보여주는 일은 참 어색하고 부끄러운 일이었다. 


 의사샘이라도  좀,  아주 조금 친절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5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나는 실험을 당하는 동물 같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몸관리를 제대로 못해 한심한 취급을 받는 환자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직장인(?)으로써  의사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의사라는 직업도 일종의 서비스업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건강할 때야 한 없이 마음이 넓어질 수 있겠지만,  힘든 상황이었기에 더욱 예민해져 있었다.  다른 일에는 꽤 둔한 편인 네가 그 정도로 느낄 정도였다면, 다른 사람들은 더 기분 나쁘지 않았을까? 


특급 진찰 비용을 지급하면서도  지금의 내 상황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은  의사샘의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혹시나 나에게 더 해가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평소에 바른 말 잘하는 나지만 꽤 조용히 상황을 받아들였던 것 같다.  


 특급진찰 비용의  특급의사를 만나는 시간은 3분, 그전에 새끼의사와 7분가량 사전 진료를 한다. 다행인 것은 새끼의사가  친절했다는 것이다. 응급실에 실려 왔을 때 , 피를 뽑으러 왔을 때 , 대기하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는 이야기를 하며 엄살을 부렸을 때, 새끼 의사는 병원에서 가장 편안 쇼파가 있고, 사람들이 덜 다니는  특급 아지트를 알려 주었다. 덕분에 나는 나머지 병원생활이 좀 수월할 수 있었다. 


참 따뜻했던 '봉 샘'은 수술이 끝나고, 항암을 한달 정도 쉬는 동안 병원을 그만 두었두고 개업을 했다고 한다. 어디에서 했는지는 모르지만, 환자들의 마음을 더 잘 보살피지 않을까 . 봉 샘은 참 친절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이었다. 아마도 봉 샘도 어린시절 환자였기 때문인 것 같다. 봉 샘도 어린시절 뇌수술을 여러번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아파 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한다는 말이 사실인 듯하다. 


수술이 끝난 후, 왜 항암을 6번이나 더 해야 하는지 특급 의사 선생님에게 물었다. .. 대답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석연치 않았다. 나는 현재 약자고 내 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그냥 따를 수 밖에. ..


결국 나는 2차 수술은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친구 오빠가 전문의 인데, 오빠의  동창이  국립암센터의 '이은숙' 샘이었다.  병원은 이전 병원보다 시설이나 여러면에서 열악했고, 대기 시간은 늘 밀려 기다리는 시간은 길어졌지만, 내 몸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의 내 몸 상태와 어떤 치료를 받는 건지 등등. 궁금한 것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따뜻했다. 


환자가 가장 믿어야 하는 그 한 사람이 나를  '돈'으로 본다는 느낌이 들면 '신뢰'는 와장창 무너진다.  몸이 아프면 마음은 한 없이 약해지고 작아진다.  그럴 때 의사 선생님의 한마디는  '약'보다 더 많은 것을 줄 때가 있다.


나는  지금도 가끔 병원을 간다. 

치과. 내과, 안과, 이비인후과 .한의원 등등... 

병원의 시설과 인테리어 ..의사의 스펙보다는 말한마디 따뜻하게 해주는 의사샘을 선택한다. 

비록 가벼운 감기라도 

그냥 그러고 싶다. 


아플 때는 위로 받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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