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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길 수 있는 사람하고만 함께 일하라

찰리 멍거 커리어 규칙 3번

by 영감핀 pin insight

일이라는 건 결국 목표를 이루기 위한 활동이다. 성과를 내야 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일정에 맞춰 정해진 것을 끝내야 한다. 그래서 오죽하면 이런 말도 있다. ‘최고의 회사 복지는 좋은 동료’다. 하지만 찰리 멍거의 커리어 기본 규칙 3번은 조금 다르다.


Work only with people you enjoy.

즐길 수 있는 사람하고만 함께 일하라.


최고와 함께 일하라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사람과 일하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즐길 수 있는 사람하고만 함께 일하라니. 일의 본질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런데 얼마 전, 자격증 시험을 치르려던 날에 이 문장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했다.


시험장에 가기 전, 어머니와 식사를 하다 우연히 '장조림이 메인 반찬이 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해 대화가 길어졌다. (내 주장은 '장조림이 메인 반찬이 될 수 있으니 다른 반찬이 없어도 된다'였고, 어머니 주장은 '장조림은 메인 반찬으로는 부족해 다른 반찬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셨다.) 고기로 하면 질길 수 있다는 둥, 계란 장조림은 하면 잘 안 먹는다는 둥, 메추리알은 요새 껍질 깐 것도 판다는 둥 한참 이야기 하다 보니 어느새 시험 보러 나갈 시간이 다 되어 급하게 나갔다. 그런데 이 날 따라 지하철이 지연된 데다 겨우 탄 지하철은 점검이 필요해 회차지로 들어가 환승해야 했고, 환승까지 실패해 결국 제시간에 시험장에 갈 수 없었다.


순간 화가 나기도 하고, 그놈의 장조림이 뭐라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잠시 상황을 돌아보니, 다행히 시험은 며칠 뒤에 다시 신청할 수 있었고 애초에 시간 관리를 못한 건 나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고작 장조림 이야기로 시작했다는 것이 어이없고 웃겨서 인생이 시트콤 같았다. 어머니에게도 이 상황이 웃기다며 얘기해 줬고 덕분에 어머니와 다투지 않을 수 있었다.


일도 마찬가지겠다고 생각이 확장됐다. 모든 일이 늘 잘 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일이 잘 되지 않았다고 즐기지 못하면,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말이 차갑게 나온다. 대화량도 급격하게 줄어든다. 그러다 보면 해야 하는 일만 하게 되고 급기야는 조직이 와해되는 경우까지 생긴다.


즉, 찰리 멍거의 커리어 기본 규칙 3번은 일이 결과를 내기 위한 활동이라면, 이 활동 자체를 같이 즐길 수 있는 사람과 일하란 의미이다. 결과만 좇는 것이 아니라 과정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함께 하는 사람과 웃으며 즐길 수 있는 것. 이 과정을 나 또한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즐기는 것이 함께, 오래가는 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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