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그라피 채널 [B주류경제학 손길영 박사] 편
뗏목은 섬에 있을 때 만드는 것이다
이 문장이 더 뼈아프게 느껴진 건, 내가 한동안 섬에 머물면서 너무 안주했기 때문이다. 현재에 너무 만족했기에 뗏목을 만들 준비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섬이 무너진 뒤로 나는 표류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내게도 미리 뗏목을 준비하던 때가 있었다. 고등학생 때 나는 꿈은 없었지만 공부를 열심히 했다. 나중에 하고 싶은 것이 생겼는데 막상 성적이 모자라서 못하게 되면 억울할 것 같았다. 덕분에 고3 때 즉흥적으로 정한 학과에 한 번에 입학할 수 있었다.
입대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병장 월급이 10만 원에 불과했는데 거의 쓰지 않았다. 마침 근무했던 부대는 매점도 가기 어렵고 생명수당까지 나왔어서 주택청약적금에 가입했다. 그러고도 여윳돈이 100만 원 가까이 남아 전역한 뒤에 돈을 더 모아서 5주간 유럽 일주를 떠날 수 있었다. 심지어 같이 여행 중인 누나가 카메라를 도난당했을 땐 새 카메라 사라고 돈도 내줄 만큼 여유로웠다. (정작 난 여행 3일 차에 휴대폰을 도난당했으나 한국 가서 사겠다며 휴대폰 없이 한 달을 보냈지만)
송길영 박사님이 말씀하시길 직장인이 뗏목을 만드는 방법은 회사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고등학생 때는 매우 잘했고, 군인일 때도 그럭저럭 잘했다. 지금 보니 역설적이게도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불안감이 미리 준비해 두는 원동력이 되었다.
표류하고 있는 지금, 뗏목을 만들겠다고 다시 결심해 본다. 예전처럼 불안해서가 아니라 나아가고 싶어 뗏목을 만들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