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옷 채널 [역사 깊은 클래식 더플 코트 이야기] 중에서
최근에 무신사 USED가 오픈해서 안 입는 옷을 정리했다. 옷을 정리하던 중 셀비지진 하나가 눈에 띄었다. 10년 넘게 입어서 물이 꽤나 빠지고 해진 데다 페인트칠할 때 살짝 묻은 페인트까지 제법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빳빳하고 색이 진한 새것 상태인 셀비지진도 그리웠다. 지금은 팔지 않는 유니클로 U 셀비지진을 사두지 않은 게 후회됐다.
내가 무신사 USED로 옷을 정리했듯 누군가 유니클로 U 셀비지진을 올려두지 않았을까 싶어 찾아보니 역시나 있었다! 사이즈 실패를 한번 겪고 난 뒤에야 딱 맞는 유니클로 U 셀비지진을 찾았고, 매우 기뻤다. 옷질의 끝은 빈티지 쇼핑이라더니 그 맛을 조금은 맛본 것 같다.
사실 유니클로 U 셀비지진은 셀비지진 중에서는 그리 인정받는 바지는 아니다. 특히 청바지의 상징인 리벳을 모두 빼버려서 청바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경악할만하다. 심지어는 오른쪽에 있는 작은 주머니까지 없애버린 모델도 있다. 너무 원가절감한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구심이 든다.
그럼에도 난 유니클로 U 셀비지진이 좋다. 실용적인 미니멀을 추구하는 르메르 감성이라고 이해했다. 청바지에 있는 리벳은 옷이 뜯기지 말라고 해둔 것인데, 진짜 거친 일을 하지 않는 이상 뜯어질 일은 거의 없다. 오른쪽 주머니에 있는 작은 주머니도 동전이나 열쇠를 보관하는 용도이나 이제는 필요 없다고 여긴 것 같다. 셀비지 원단도 얇은 편인데, 확실히 덜 빳빳해서 입고 움직이기에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한 번은 친구가 오리지널 셀비지진을 쥐어줘서 입어본 적이 있는데 깜짝 놀랐었다. 오리지널 셀비지진을 입고 무릎을 굽히니 다리 근육이 다 느껴질 정도로 빳빳해서 이걸 입으라고 만든 건가 싶었다. 이 바지를 입어본 후에야 왜 청바지를 젊음의 상징이라 하는지 깨달았다. 아저씨는 이런 불편한 옷은 안 입는다!
현대의 사람들이 입을 수 없다면 그것은 클래식이 아니라 박물관에 전시된 역사적 가치만 남은 기념물이다.
이번 문장에서 말하는 것처럼 나 역시 입을 수 없는 옷에는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옛 워크웨어나 밀리터리를 현대적으로 잘 해석하는 르메르의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오리지널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다. 오히려 오리지널을 변주하지 않아 더 이상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게 되면 유물이 될 것이다. 게다가 오리지널을 다양하게 변주할수록 오리지널의 멋이 더 잘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래도 당분간 무신사 USED를 뒤적이며 지난 유니클로 U 옷을 찾아 헤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