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페르소나에 관하여
브랜드 매니저든 마케터든 글을 쓸 일이 많다. 기획서, 업무 보고서, 회사소개서, 투자제안서부터 업무 이메일이나 팝업 광고에 들어갈 문구까지. 옛말에 '어' 다르고 '아' 다르다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오죽하면 현대의 직장인들은 모두 '넵'병에 걸려있다는 우스개소리 있다.
'네'에 ㅇ이 붙느냐, ㅂ이 붙느냐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지는 것처럼, 사소한 단어나 말투에 따라 느껴지는 이미지도 달라지게 된다. 맛집을 확인하려고 본 네이버 블로그 글에 라인 이모티콘이 있으면 신뢰도가 팍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반대로 보자면 말투만 잘 골라도 좋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그럼 독특한 말투로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한 브랜드들을 만나볼까?
이게 바로 아이폰 6s 클래쓰. 아주 격식을 차리거나 예의차린 존댓말이 아닌 가벼운 존댓말. 반말도 섞어쓰고. 겸손한 척 넘치는 자신감이 호란의 더빙과 잘 맞물렸다. 오죽하면 원본보다 더빙판이 더 좋을 정도니까. 애플의 현지화 수준은 정말 대단하다. 우리나라에도 매장이 생겨서 그런가? '톺아보기'같이 우리나라 사람은 잘 쓰지 않는 말까지 쓰기 시작했다.
다음에 소개할 브랜드는 신용카드 브랜드인데, 반말만 쓴다. 지금이야 익숙하지만 외국계도 아니고, 어리거나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것도 아닌데 반말로 커뮤니케이션할 생각을 하다니. 아주 엄청난 자신감이 있었나보다. 실제로 말투도 자신감이 넘친다.
이때부터였다. 현대카드는 서체를 만들고 카드에 디자인 요소를 모두 과감히 바꿔갔다. 파격적인 행보와 현대적인 감각을 들어낼 수 있는 말투로 반말을 고집한다. 아예 단어만 나열하기도 한다. 디자인이나 말투 중에 하나라도 어설프면 이도 저도 안되는데 현대카드는 업계 2위로 성장했으니 대성공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설득하려면 무슨 말을 하는지보다 목소리와 말투가 더 중요하다. 애초에 말의 내용을 100% 다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대신 목소리에서 인상을 받아들이고 말투에서 느낌을 받는다. 여행 나가서 외국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몰라도 욕을 했는지, 도움을 주려는건지는 분명히 알지 않는가! 우리 브랜드는 어떤 말투를 써야 핵심고객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