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말랐다며 고봉 밥을 주시는 할머니. 마당 한편에 억울한 표정으로 누워있는 똥강아지.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진 음식들. 온가족이 다모여 하하호호 하며 즐기는 윷놀이. 나에게는 모두 판타지다. 물론,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골이라고 모두 다 저런 것도 아니고, 좋은 것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날이 날인만큼 시골의 환상을 가장 잘 표현한 영화 한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알로 슈티'는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엄청 골때리는 시골 삼촌댁에 놀러간 기분이 드는 영화다. 동시에 아래 대사가 참 잘 어울리는 영화기도 하다.
이 동네는 사투리를 아주 심하게 쓰는 곳이다. 모든 것을 '슈티미'라 부르는데 우리나라 사투리로 치자면 '거시기'쯤이랄까. 게다가 엄청 추운 곳이다. "발가락 잘리고 싶어요?"라는 아들의 대사도 패드립으로 들리지 않을 정도다. 오죽하면 경찰도 주인공을 이해하고 그냥 보내줄 정도니까.
역시나 이 곳 사람들은 "거시기 좀 거시기해주쇼"라 말하지 않나, 일하면서 술을 진탕 마신다. 그런데 같이 일해보니 술마시는 것도 재미있고, 음식도 맛있다. 사투리도 정겹다. 생각보다 춥지도 않고 조용하고 여유로운 것이 딱 내 스타일이다.
아내도 내가 고생만 하는 줄 알고 나를 엄청 걱정해준다. '엄살 좀 피워야겠구만' 생각하면서도 어째 점점 거짓말이 커지는 것 같다. 먼저 그렇게 춥지 않은 곳이라고 솔직하게 말해보지만...
사실 주인공이 이 시골에 흠뻑 빠진 이유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곳에 오기 전까지 주인공은 장애인보다도 못한 존재로 여겨진다. (회사의 장애인 우대 정책 때문에 승진에서 매번 밀리게 된다.) 그러니 아들이 발가락 잘리고 싶냐는 패드립이나 하고... 반면에 여기서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찾고 조언을 구한다. 마치 내가 뭐라도 된 것처럼! 게다가 경쟁도 없고 마음 편히 즐기기만 하면 되니 이처럼 좋은 곳이 또 어디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