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을 고르는데도 기준이 있다
요새 쓸데없는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이 유행이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차라리 돈으로 줘’란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이번엔 또 쓸데없는 선물을 주고 받다니. ‘왜 이러는걸까’ 싶지만 우리 회사에서도 했다.
사실 그냥 선물은 고르기가 꽤 어렵다. 너무 비싼 것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도 부담스럽다. 너무 싼 것은 성의가 없어보인다. 선물받는 사람의 취향도 생각해서 좋아할만한 것을 사야한다. 반면에 ‘쓸데없는 선물’은 고르기 좀 쉬워보인다. 적당한 가격대에서 쓸데없는 것을 사면 되니까. 그래서 유행하나?
그런데 이왕 쓸데없는 선물 주고 받기로 한 거, 슬슬 개그 욕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뭘 사야 빵 터질까, 진짜 쓸데없는 거 사줘야지! 하다보면 또 미궁에 빠진다. 뭘 사야 진짜 쓸데없으면서 웃길까. 뻔하게 특정 정치인 자서전이나 특정 가수 브로마이드 같은 것 말고 쓸데없는 선물을 잘 고르는 기준을 공유하고자 한다.
1. 너무 생소한 것 말고.
쓸데없으라고 진짜 듣도보지 못 한 것은 안된다. 선물을 줬는데 받은 사람이 무슨 물건이냐고 물어보는 건 개그를 쳐놓고 왜 웃긴지 설명하는 것과 똑같다. 생각도 못했지만 선물을 받고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것이 좋다.
2. 너무 익숙한 것 말고.
진짜 뻔한 것들은 당연히 안좋다. ‘쓸데없는 선물’이라 검색해서 검색해서 나오는 것은 사면 더더욱 안좋다. 당신과 쓸데없는 선물을 주고 받기로 한 사람들도 검색해봤을 것이다. 이미 다 아는 개그를 새로운 것마냥 하는 것과 똑같다. 장난감 코너나 서점 어린이 코너도 다들 한번씩 가볼 것이다.
3. 사용할 순 있지만 쓸모가 없는 것.
쓸데없는 선물이라고 아예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좋지 않다. 아예 사용할 수 없으면 한번 웃고 나서 가방 속으로 직행하기 쉽다. 차라리 받은 사람이 쓸모 있다고 우길 수 있도록 사용은 가능한 것이 낫다. 그래야 모임내내 웃을 수 있을테니까.
4. 짜증 유발하는 것 말고.
이건 개인적인 기준. 너무 무겁거나 혐오스럽거나 비하하는 것들은 좋지 않다. 이런 것들은 개그로 치자면 몸개그에 가깝다. 그것도 자학적인 몸개그가 아닌 타인에게 주는 몸개그. 이런 것마저 추억으로 남는다고 생각한다면야 뭐.
이 네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것이 있냐고? 있다고 자신한다. 왜냐면 내가 그런 선물을 찾았으니까. 너무 생소하지도 뻔하지도 않으면서 사용할 순 있지만 쓸모없는. 그러면서도 짜증나지도 않는 것.
내가 고른 것은 ‘목탁’이었다.
(선물을 주고 받는 사람 중에 종교인이 없었다.)
(종교인이 있다면 당연히 고르지 않았다.)
그러나 항상 쓸데 없는 선물을 주고 받을 수는 없다. 그래서 다음 주에는 정상적인(?) 선물을 잘 고르는 방법에 대해 공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