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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나 Pina Oct 12. 2020

굿즈는 반기지 않는 편

물건을 줄이고 나서 달라진 것



 얼마 전 인터넷 서점에서 세 권의 책을 카트에 담고 주문을 누른 적이 있다. 그 다음으로 내가 만난 화면은 포인트 차감으로 사은품을 받지 않겠느냐는 제안으로 가득한 페이지였다. 3만 원 이상의 금액으로 모두 문학 카테고리에 속하는 책을 주문했던 내가 받을 수 있었던 사은품은 7개였고, 그 종류도 손수건부터 조명까지 무척이나 다양했다.


 서점에서 그리고 출판사에서 책을 팔기 위해 성실하게 굿즈들을 제작해 내놓는 것은 알지만, 어쩐지 그 개수들이 점점 느는 모양새. 선택권이 있어도 세 권을 산다고 이렇게나 많은 굿즈들을 내 앞에 펼쳐 놓을 일인지 조금은 불편한 기분을 느끼며 페이지를 스킵했다.



 예전에도 별 반갑지 않은 사은품들을 받고는 곧바로 버리는 일이 종종 일어났다. 대표적으로는 텀블러.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내려가기 전 그 시간밖에 없어 예매하고 받았던 텀블러라던가, 전에 다녔던 직장에서 정기적으로 돌렸던 텀블러가 그랬다. 많은 수량의 믹스커피와 원두커피를 살 수밖에 없던 회사에서는 커피브랜드에서 받은 텀블러를 정기적으로 나눔 하는 일이 있었던 것. 꽤 탄탄한 만듦새의 텀블러가 그렇게 계속 커피에 끼워져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흘러 들었고 결국은 쓰레기로 전락해버렸다.


 물건을 줄이기 시작한 지금도 위기는 도처에 존재한다. 사고 싶은 옷에 일러스트 패턴의 에코백, 파우치 같은 것들을 끼워 팔 땐 나도 갖고 싶게 만드는 예쁜 것들을 발견하기도 하고, 가끔씩 마트에서 만나는 맥주잔 증정 행사도 나에게 위기감을 준다. 하다못해 브랜드의 쇼룸과 매장에서, 전시에서 스티커와 엽서를 받아 가라고 안겨주는데 부피를 많이 차지하지도 않고 예쁘기도 한 이런 것들은 받는 순간 난감해진다. 이렇게라도 굿즈마케팅을 해야하는데 나는 괜히 정리를 한다는 이유로 스스로 감 없는 마케터가 되어가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면, 이젠 출판사에서는 책의 출간에 맞춰 굿즈를 내놓는 것이 마케팅으로 굳어진 것 같다. 많은 수량의 책을 파는 작가라면 서점마다 다른 굿즈를 내놓는 일도 많아졌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처럼 서점에서도 자체적으로 끊임없이 굿즈를 기획해 갖고 싶은 굿즈를 위해 책을 사야 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이젠 물건 줄이기가 삶의 주요 이슈가 되어버린 나처럼 굿즈를 사양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면, 출판계는 이를 반가워할까, 혹은 그렇지 않을까. 반가워해줬으면 좋겠지만.


 또한 정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중엔 분명 책이나 영화, 전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다수 있을 것이다. 그분들이 필요 없는 물건을 받아들 때의 심정은 내가 느꼈던 그 마음과 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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