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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나 Pina Apr 12. 2021

전날의 성취로 다음날 살아가기


 월요일이라는 존재는 나에게 있어 일주일 중 버리는 요일, 살아있기 위해 사는 요일에 해당한다. 이런 월요일이 닥치면 퇴근을 해내고 침대에 틀어박혀 이번 주도 무사히 지나가기를 온 마음으로 비는 것이 그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하지만 우연하게 월요일 퇴근 직후 러닝을 한 뒤 일주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말았다.



 이전의 월요일 러닝이라면 달리기 대회를 앞두고 연습을 위해 억지로 했던 기억은 있다. 얼마 전의 달리기는 그런 동기조차 없이 순수하게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나온, 굉장히 급작스러운 행동에 가까웠다. 발단은 회사 동료였다. 러닝 크루에 속해 정기적으로 러닝을 하고 있던 동료가 일주일 중 뛰는 날을 하루 더 늘리고 싶어 했고, 러닝 경험이 있는 내가 함께하면서 다시 러닝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올해 좀처럼 운동의 시동이 걸리지 않던 나에게는 반가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회사는 비교적 한강공원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데, 그 주는 뛰기로 한 약속이 없었고 어찌저찌 러닝은 시작하게 됐으니 혼자라도 뛰면서 함께 달리기 적당한 짧은 러닝 코스를 만들어 두기로 했다. 하기 싫은 일은 미리 해치우는 것이 좋으니까, 어차피 약속도 없고 버리는 요일인 월요일에 뛰어보자는 결심을 했고 그대로 실행한 것이었다. 지하철 물품보관함에 가방과 옷을넣어 놓고서는 5km를 넘게 뛰었으며, 힘든 김에 더 힘들어도 죽지는 않겠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따릉이를 타고 집으로 갔다. 역시 죽지 않았지만 죽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올 때는 굳이 이렇게까지 운동을 해야 한다면 살 필요가 있을까 싶은 우울에 사로잡혔지만 다음 날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나는 하기 싫은 일을, 그것도 월요일에 해치운 사람이 되어 있었고 나머지 평일 이보다 더 큰 힘듦을 겪을 수 있겠냐며 한껏 낙관적인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아주 작게라도 성취감을 느끼거나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면, 다음날 까지 좋은 기분이 이어졌던 경험이 많았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다음날까지 나를 북돋아줬던 행위들은 러닝뿐만이 아니었다. 쓰고 있던 글을 끝내거나 목표했던 독서량 채우기, 채식으로 맛있는 저녁 만들기 같은 일에 충분히 다음 날을 기분 좋게 살아낼 성취감을 얻었던 것. 그날의 경험은 결국 요일마다 고정으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을 배치해, 최대한 지킬 만큼 지켜보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월요일: 운동의 힘듦으로 월요병을 대체하기

화요일: 글을 쓰거나 콘텐츠 만들기

수요일: 맛있는 디저트 먹으며 독서하기

목요일: 평소 즐겨 했던 일과는 다른 취미를 시도하기

금요일: 넷플릭스, 유튜브 몰아보기



 보통 목요일과 금요일에 약속이 생기기 쉬우니까, 저 이틀은 연속성이 깨져도 크게 상관이 없는 일을 잡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런 계획을 세우고 난 후엔 얼마 지나지 않아 평소 아무 일 없던 일정표에 하나둘 약속이 잡히더니, 다음 주는 4인에 맞춘 회식이 생기고 말았다. 일찍 나와 새로운 장소에서 사진을 찍든 무엇이든 해봐야 할 것 같다.


 저런 성취의 일주일을 채워가는 와중 갑자기 무엇이든 시도해보자는 결심으로 댄스 스튜디오의 원데이 클래스를 접수하고 말았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새로운 일을 해보는 것에도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떤 사건 덕분에 일주일이 피곤했지만, 돌아보면 충분히 피곤할 가치가 있었던 하루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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