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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나 Pina Jun 09. 2022

서툰 존재와 갖가지 어려움

 대개는 화요일, 매주 무거운 마음으로 번화가 근처 지하 연습실을 나서는 사람이 있다. 몸을 힘들게 해 우울한 생각을 떨치겠다는 주초의 엄격한 계획은 강사님의 스케줄 상 화요일이 되었다. 이렇게 몇 개월을 보냈는데도 적응은커녕 주초부터 자신감을 깎아먹는 경험을 거듭하고 있다. 밤 9시, 이날의 나는 한껏 기운 빠진 표정을 한 채 조금 전 수업을 곱씹으며 걷게 되는 것이다.


 그때의 두 시간 남짓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강사님이 보여주는 안무의 정확한 파악, 계속될 동작이 모두 외워질 때까지의 반복. 특히 박자에 맞춰 원하는 디테일로 능숙하게 추려면 몇 번이고 같은 동작을 반복해야만 한다. 하지만 다 외워질 때쯤의 나는 온몸에 힘이 빠져버려, 상상했던 정확하고 깔끔한 동작이 아닌 그저 흐물거리기만 하는 사람이 되어버릴 뿐. 이런 못마땅한 과정을 지켜보며 좌절하는 것이 내가 겪고 있는 고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유독 삐걱거린 날은 연습실에서 나와 강사님과 헤어지고 나면 오늘도 찢겨진 것은 나였구나, 잔뜩 기가 꺾여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일대일로 커버댄스를 배운 지는 6개월이 넘었다. 정해진 시간을 잡아 강제성을 더해 러닝만큼의 강도 높은 운동을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더 큰 이유도 있지만 생략합니다). 댄스를 시작한 뒤로 매번 실감하고 있는 것은, 이렇게 순서에 맞게 동작을 외우고 적절하게 출력해 내는 일이 내가 지금까지 접했던 어려움과 특히 성격이 다르는 점이다. 평소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 외에 느끼는 어려움이라고 해봐야 대부분은 귀찮음 이기기 혹은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만드는 정도를 들 수 있다. 아니면 이렇게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쓸 때도 겪지만, 이것과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 어려움이라고 느끼고 있다.





 지금까지 보아온 안무 영상의 재생이 몇 번이었는지. 때문에 눈이 한껏 높아져 있지만 그에 못 미치는 나에게 실시간으로 좌절하는 어려움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지금껏 나는 밖으로 내보이지 않는 어렵고 지루한 과정 후 마침내 결과를 받아드는 것이 보통 일의 순서라 여기며 살았지만, 춤을 추는 일은 그와는 다르게 결과의 반복이며 즉각적이고 부정적인 평가를 연속해서 견디는 것처럼 느껴졌다. 재미있어 보이는 일을 시작하고 나니 어느새 미움이 더해진 경우가 이런 건가 싶기도 했다.


 유독 기운이 빠진 날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멍하니 앉아 숨쉬기에 집중한다. 괜한 욕심을 내서 고생을 하고 있다는 반성을 하다 또 다른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을, 어떤 발견하지 못한 어려움에 대해 생각한다. 분명 그 양은 어마어마할 것이고,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는 알 수도 없다. 그렇다면 좋아 보이는 일로 새로운 어려움을 끊임없이 발견하는 것이 긍정적인 삶에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그 순간 질문이 너무나도 쓸데없다는 것을 깨닫고 순간 힘이 풀리고 말았다. 그렇게나 힘들고 어렵다면 그저 안 하면 되는 것인데,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습게 느껴진 것이다.



 실은 그만둘 결심은커녕 오히려 예상했던 기간보다도 더 오래 할 것 같다는 믿음까지 갖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 욕심부리다 포기할 일은 아니라는 것. 좌절은 좌절대로 하면서 그 순간을 넘기면 결국엔 간간이 좋아 보이는 동작도 출력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길게도 썼지만 어딘가엔 요즘 무엇을 하는지 얘기하며 내 춤선이 마음에 안 들고 힘들다 투정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최근엔 연습 시간을 따로 내 배운 동작을 외우고 있다. 연습이 없었다면 이 시간에 그저 누워있기나 했겠지, 나 자신을 열심히 달래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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