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나 Pina Aug 03. 2022

도전, 지인 옷장 정리



 한 사람의 옷장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그 사람의 성격이라든지, 특징을 엿보게 되는 일은 자연스러우면서도 매번 신기하다. 나는 어지러운 공간을 단시간에 정리해 내는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옷장을 정리해 주겠다고 말하고 다니는데, 여기에 기꺼이 응하는 지인은 거의 없다. 역시 옷장이라는 자신의 아주 내밀한 구석까지 내보여야 하는 데에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 같다. 이 점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라 제안은 가볍게 끝내는 편이다.


 그 여러 제안들을 던지는 가운데 소중한 기회는 찾아온다. 정리를 한답시고 나 혼자 심각해있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생긴 것인지, 선뜻 같이 옷정리를 하자며 손을 내미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너무나 반가운 기회다. 타인의 옷장을 만나고 살펴보는 순간엔 걷잡을 수 없는 의욕에 불타지만, 생각보다 작업이 오래 걸리거나 쉽지 않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처음과 다르게 눈에 띄게 지쳐한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다.



 지인 옷장 정리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우선 옷장을 열어 보유한 옷들의 종류와 수량을 대충 눈대중으로 살펴보기. 어떤 크기의 옷장을 쓰고 있고, 수납할 여력이 얼마나 되는 살펴보면서 어떤 스타일의 옷을 선호하는 지도 살펴본다. 두 번째는 모두 꺼내 버릴 만한 옷들을 살펴보기. 이때는 상당히 초반부이기 때문에 내게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적극성을 발휘하고는 한다. 도움을 청하거나 물어보지 않으면 굳이 주위에 잔소리를 건네는 성격이 아닌데도 표정과 말투에 확신을 가득 담아 ‘이건 좀 버리자!’며 옷장 주인의 들볶고 마는 것이다.



근처에 수거함이 없어 어떻게 버릴지 모르겠다길래.. 대신 버려준 옷들



 버릴 옷들을 솎아내고 나면 세 번째는 정리할 옷의 적당한 위치를 지정해 준다. 옷장 주인과 이야기하면서 자주 입는 스타일과 아이템을 손에 잘 닿는 위치로 둔다. 그런 옷들은 서랍에 두지 않게 하는데, 나는 최대한 옷을 걸 수 있을 만큼 걸어두는 것을 추천하기 때문이다. 옷을 한눈에 보기 편하고 옷장에 다시 두는 데에도 접어서 쌓는 것보다 훨씬 더 편하다. 바지까지도 되도록 바지걸이로 걸어두자고 부추기는데, 그렇게 필요한 옷걸이의 수량을 세어보면 높은 확률로 옷걸이가 부족하다. 그제야 필요한 옷걸이를 산다.


 그리고 나머지 옷들을 어떻게 보관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는데 옷장 안에 어떻게 더 여유 공간을 만들지 수납상자를 더 추가할 지도 생각해 필요한 수납 도구를 정한다. 여기까지 보통 3시간이 넘고, 옷걸이나 수납상자를 주문했다면 그날에 모두 끝나지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옷장 정리가 엄두가 안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얇은 옷걸이로 최대한 많이 걸어두는 것을 추천해요



 옷장 정리를 하다 보면 제각기 다른 옷장이라도 어떤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자기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옷이 나오는 것. 보풀 제거를 미루고 있던 니트나, 비슷한 스타일의 더 좋고 마음의 드는 옷을 자주 입었거나 이유는 다양했다. 그리고 입지 못할 옷이 하나 이상 꼭 나왔다. 사이즈가 안 맞는다거나, 어딘가 변색된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갖고 있다거나 하는 것들.


 이런 경험들을 통해 도움을 청한 주위 사람들에게 좀 더 나은 조언을 한다든가, 내 옷장을 조금 더 자주 들여다봐야 한다는 동기도 얻는다. 옷을 더 과감하게 버리는 동시에 덜 사야 하는 이유도 배운다. 사실 새 옷을 사지 않은 지는 6개월이 넘었는데, 이 이야기는 나중에 자세하게 쓰려고 한다.

작가의 이전글 어떤 해방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