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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나 Pina Dec 08. 2019

해야 할 일 만큼 중요해진 '하지 말아야 할 일'


해야 할 일 만큼 중요해진 '하지 말아야 할 일'




 오후 3시가 넘었고, 노트북을 챙겨나온 나의 선택지는 몇 시간 전에 비해 팍 줄어버렸다. 불과 세 시간전만 해도 어떤 카페든 마음에 드는 분위기와 커피를 선택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디카페인 커피를 파는 스타벅스를 선택할지, 아니면 가까운 카페에 가서 커피가 아닌 음료를 마실지를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의 나는 이런 고민 같은 건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었다. 마시고 싶은 만큼 커피를 마셨던 것은 물론이고,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셔도 잠을 잘 때엔 다른 날과 다르지 않은 상태로 잠들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해가 갈 수록 약해지고 예민해진 몸 상태를 실감한 나는 철저하게 카페인 섭취를 제한할 수 밖에 없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오후 늦게 커피를 마셨다면 잠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몸의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잦은 술자리를 즐기지는 않지만 일단 마시게 되면 딱히 주량에 신경쓰지 않았던 내가 알코올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게 된 것인데, 조금만 과음했다 싶으면 피부가 극도로 건조해져 며칠을 가려움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곧 이렇게 나의 활동반경을 좁히고 ‘예민의 리스트’를 채워가는 일이라니, 가끔은 서글픈 기분이 드는데(나보다 많은 나이의 사람들은 비웃겠지만) 연말을 맞게되니 특히 크고 깊게 와닿는 중이다. 내년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서도 또한 날이 갈 수록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상황. 아이스크림 파인트 한 통을 한 번에 비우지 말아야 하고, 매운 음식은 줄여야 하는 내가 맞는 내년은 또 얼마나 활동의 폭이 좁아져 있을까.



 고민끝에 커피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분위기를 바꿀 신나는 음악을 틀고는 스트레칭을 조금 했고 침대협탁을 버리며 새로 들이는 2단 선반을 조립했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할 수 없는 일을 생각하며 의기소침하기 보다는 앞으로의 해야 할 일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내년의 나는 이보다도 더 긍정적인 사람이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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