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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e Aug 22. 2019

3. 도화지를 증오로 물들이다

6.25전쟁 70주년을 맞으며

6살 나던 해 나는 유치원에 들어갔다. 유치원 교육이 시작되었다. 김 씨 일가에 대한 우상화 교육부터 반미, 반한, 계급교양이 주를 이뤘다.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찬양과 숭배, 충성심을 고양하는 교육을 받으면서 나는 길들여져 가고 있었다. 김 씨 일가의 노예로 말이다. 육체뿐 아니라 그 육체를 지배하는 사상과 의식, 가치관 등 모든 것이 세뇌로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붉게” 물들여져 가고 있었다. 


출처: RFA

“미국 놈은 나쁜 놈”, “남조선 괴뢰도당도 나쁜 놈”, “지주, 자본가 놈들도 나쁜 놈”이라는 교육을 받으면서 어린 나의 마음속엔 증오가 자랐다. 동심은 도화지와 같다. 빨간색을 칠하면 빨간색으로, 노랑색을 칠하면 노랑색으로 물드는 것이 동심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아이들의 마음속에 북한은 증오와 복수심을 심어주었다. 교양원이라 불리는 유치원 교사들이 “미국 놈”과 “남조선괴뢰도당”은 나쁜 놈들이라고 하니 그렇게 믿었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도 미국의 한반도 침략역사에 대해, 남북한 분단의 원인이 미국에 있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정말 미국은 나쁜 나라라는 생각이 가랑비 스며들듯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출처: RFA

반미, 반한교육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바로 6.25전쟁의 책임소재였다. 북한은 유치원 아이들에게 미국과 “남조선”이 6.25전쟁을 일으켰다고 교육했다. 또 6.25전쟁 때 미군과 한국군이 북한에 들어와 수많은 북한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고 악선전을 했다. 선생님의 말씀은 모두 진실로 받아들이는 유치원 아이들에게 하니 이들은 악마로 인식됐다. 이렇게 세뇌교육의 영향 속에서 어릴 때부터 좋은 것, 선한 것만 받아들여야 할 북한 아이들은 증오와 복수심에 서서히 길들여져 갔다. 



유치원생인 나의 도화지에 그려진 미군과 한국군은 승냥이였고 악마였다. 침략자였고 살인마였다. 아직은 편견보다는 순수가 더 어울려야 할 나이의 어린 내 마음속에 미국과 한국은 절대 악이었다. 그 시절 우리 또래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는 군사놀이였다. 그리고 그 군사놀이의 가상 적은 항상 미군과 한국군이었다. 아름다운 꿈과 희망으로 가득 채워져야 할 어린 동심의 도화지 한 쪽 구석에는 증오도 함께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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