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70주년을 맞으며
인민학교를 졸업하고 고등중학교에 올라오면 학과목이 바뀐다. “김일성 혁명활동”과 “김정일 혁명활동”을 1학년부터 3학년까지, “김일성 혁명역사”와 “김정일 혁명역사”를 4학년부터 6학년까지 배우게 된다. 혁명활동과 혁명역사의 차이는 혁명활동과목이 저학년 수준에 맞게 원론적이고 간단하다면 혁명역사는 좀 더 구체적이고 개론적인 것이다.
김 씨 일가 우상화의 절정을 이루는 이 교과목들이 북한에서는 제일 중요한 학과목이고 대학입학에서도 비중이 수학, 영어, 물리 과목보다 더 크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목인 것이다. 문제는 이 과목들이 북한의 근현대사도 김 씨 일가의 이른바 업적으로 풀어나간다는 것이다. 당연히 “김일성 혁명활동”과 “김일성 혁명역사”는 물론 “김정일 혁명활동”과 “김정일 혁명역사”에서 6.25전쟁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김일성은 북한에서 “한 세대에 두 제국주의를 타승한 백전백승의 강철의 영장”으로 공식화 돼 있다. 두 제국주의란 일본과 미국을 말한다.
소련군 제88국제여단 한인대대장으로 1945년 8월 소련군의 한반도 38도선 북위지역 공격 때 현장에도 없었던 소련군 대위 김성주가 북한에서는 “일제 백만 관동군을 때려부시고 조국을 광복한 민족의 태양”으로 둔갑했다. 6.25남침전쟁을 일으켰다가 패배해 중국으로 도망갔다 중공군의 대규모 참전으로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3년 내내 중공군 사령관 팽덕회에게 구박을 받던 김일성이 어느 순간부터 “미제국주의를 우두머리로 하는 16개국 제국주의연합세력의 침공에서 공화국을 수호하고 전승의 업적을 이룩하신 위대한 영장”, “조국을 구원하신 절세의 애국자”로 신격화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