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ine Aug 22. 2019

7. "미국놈들이 조선사람을 잘못 봤소"

6.25전쟁 70주년을 맞으며

이 말은 고등중학교 2학년 “김일성 혁명활동” 교과목의 6.25전쟁 관련 부분인 “조국해방전쟁” 편 첫 장에 나오는 김일성의 발언이다. 교과서에는 1950년 6월 25일, 미국의 사촉을 받은 “이승만 괴뢰도당”이 북침전쟁을 일으켰다고 기술되어 있다. 이 보고를 받고 김일성이 내각 일꾼들 앞에서 한 첫마디가 이 말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호탕하게 웃으면서 그 자리에서 반공격 명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김일성은 곧 북한군 최고사령관, 당중앙군사위원장의 중책을 맡아 방송연설을 통해 북한주민들과 북한군 장병들, 남로당원들, 남한 빨치산에게 “미제침략자”들과 “남조선괴뢰도당”을 한반도에서 몰아내고 조국을 통일하자고 호소했다고 했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김일성이 정말 “대단한 위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은 미국과 한국의 불의의 침공을 당했는데도 김일성이 조금도 주저하거나 당황하지 않고 즉시에 반공격으로 넘어가 전쟁 개시 3일 만에 서울을 “해방”하고 공격성과를 확대해 두 달 만에 한국 영토의 90%, 인구의 92%를 “해방”했다고 선전했던 것이다. 소련도 독일의 불의의 선제공격을 받아 후퇴를 거듭하면 모스크바 함락 직전까지 갔었고 미국도 일본의 진주만기습으로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사실까지 거론하며 김일성은 군사의 천재라고 교육하니 그런가 보다 했다.


일본에 있던 미24사단이 한국전선에 투입되었지만 전차를 앞세운 북한군의 파죽지세 같은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당시 북한입장에서는 낙동강을 건너 부산만 점령하면 적화통일은 시간문제인 듯 싶었다. 문제는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면서 6.25전쟁의 판세가 바뀌게 된다. 국군도 다부동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반격으로 넘어간다. 낙동강전선까지 나갔던 북한군 주력이 포위당해 전멸할 위기가 닥치자 김일성은 후퇴명령을 내린다. 유엔군과 국군은 9월 28일 수도 서울을 수복하고 국군선두부대는 10월 1일 38선을 넘게 된다. 10월 19일에는 평양을 탈환하고 10월 26일에는 국군 제6사단이 압록강에 도달했다. 자유통일이 목전에 있었던 그해 10월 25일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이른바 “항미원조보가위국”의 명분아래 중국인민지원군의 참전을 결정한다. 그리고 30만 명의 중공군이 압록강을 건너 참전했다. 6.25전쟁에 참전한 중공군은 25개 군단, 79개 보병사단, 16개 포병사단, 10개 철도병 사단, 2개 보안사단, 10개 전차연대 등 23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이 같은 지원으로 김일성은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고 전세는 역전됐다. 유엔군과 국군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고 1951년 1.4후퇴가 시작된다. 그러나 다시 유엔군과 국군의 반격으로 3월 16일 서울을 다시 수복했고 밀고 밀리는 지리한 공방전 끝에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체결된다. 북한 고등중학교 2학년 “김일성 혁명활동” 6.25전쟁 편에서는 이 같은 과정이 비교적 소상히 언급된다. 물론 6.25전쟁을 북한이 도발했다는 것과 중공군 참전 후 사실상 중공군 병력이 전쟁을 수행하다시피 했다는 것은 숨긴다. 중공군의 참전은 언급하지만 북한군이 주력이 돼 반공격을 했고 중공군은 보조적 역할을 한 것처럼 가르친다. 


북한의 교육에 따르면 김일성은 미국을 위수로 한 16개국 200여만 대군의 무력침공을 물리치고 공화국의 존엄과 자주권을 지켜낸 백전백승의 강철의 영장이다. 세계 최강의 미군도 어쩌지 못한 것이 김일성이라는 것이다. 중공군의 도움 없이 김일성과 북한군 단독으로 휴전협정이 체결됐다면 북한의 선전이 전혀 근거 없는 날조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일성은 엄연히 동족을 반대하는 침략전쟁을 일으킨 민족반역자이고 전범이며 수백만의 인명피해와 막대한 재산손실, 수백만 이산가족을 산생시킨 전쟁 원흉일 뿐이다. 그렇지만 북한은 학생들에게 파렴치한 전쟁범죄자를 영웅으로 미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6. 체계적인 역사왜곡과 선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