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농장의 배추모종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뿌리를 내려 제법 자란 푸른 본잎은 엊그제 내린 비를 머금은 듯 싱그럽다.
잎맥마다 살아 있는 기운이 번져 나오니, 작은 모종이 어느새 밥상이 되는 날을 그려보게 된다.
나는 농사꾼 흉내를 내듯 물은 자주 주되 배수에 신경 쓰고, 때맞춰 농약도 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친구는 웃으며 대꾸한다.
몇 해 동안 직접 가꿔온 경험이 있다며, 내 말은 그저 농사 이야기를 곁들인 농담쯤으로 흘려보낸다.
그 너른 웃음 속에 이미 풍년의 기운이 깃들어 있다.
배추농사는 실패를 겪어야 제맛을 안다.
잎이 벌레에 먹히고, 장마에 무너지고, 가뭄에 시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을 견디고 나면 속이 꽉 찬 배추 한 포기가 거저 얻는 기쁨이 아님을 알게 된다.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배추 속 꽉 차면 한 포기 보내 달라 하였더니, 친구는 너그럽게 말한다.
“뽑아가고 싶은 만큼 실컷 뽑아가라.”라고
배추보다 더 속이 꽉 찬 친구의 그 마음이 고맙고 감사했다.
밭머리에 서서 자라는 배추만 바라봐도 행복하다는 친구.
그의 웃음은 땅을 적시는 단비 같고, 그의 마음은 이웃을 배 불리는 가을의 들판 같이 느껴졌다.
배추농사만이 아니라 삶도 그렇게 가꿔내는 것이리라.
씨앗을 심고, 정성을 쏟고, 넉넉함을 나누는 것이 풍년을 기약하는 것이리라.
나는 오늘도 속으로 응원을 보냈다.
“친구여, 그 배추가 무럭무럭 자라듯 너의 마음도 더 넉넉하고 풍요롭게 자라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