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겨울이면
어머니의 첫마디는 늘 같았다.
“얘야, 내복 입어라.”
그 말속엔
날씨보다 먼저 자식을 걱정하는
따뜻한 손길이 숨어 있었다.
썰매 끌고 냇가 얼음 지치러 가던 그 시절,
모닥불 하나에 아이들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불 꺼질까 조급히 나무하러 뛰던 홑바지 아이들과 불이 꺼지든 말든 태연히 노는 내복을 입은 아이들.
나는 늘 후자였다.
몸속에 깔린 따뜻함은 어떤 모닥불보다 든든했다.
학창 시절에도
멋을 부린답시고 홀쭉하게 입고
목을 어깨에 파묻은 채 떨고 다니던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늘 내복을 챙겨 입고 다녔다.
추위가 와도 깊숙이 막아주는
보이지 않는 방패 하나를 품은 것처럼
등이 따뜻했고, 마음도 든든했다.
세월이 흘러 초로를 넘긴 이 나이에도
난 몸이 반응하는 데로 내복을 입는다.
주위에 멋을 택해 얇게 입는 이들 중
늘 감기를 달고 사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콜록거리며 “아직은 괜찮아”
“둔해서 불편해”
“영 폼이 안 나서”
스스로를 정당화시키지만
몸은 정직하다
추우면 떨고,
얇으면 아프기 마련
따뜻하면 편안하고
든든하다는 걸 왜 모를까?
나는 그럴 때마다 한마디 해준다
내복은 멋이기 전에 방패다
바람을 막아주고,
몸을 지켜주고,
추위를 물리쳐 주는
작은 갑옷이라고.
내의는 정말 내게는 고마운 존재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가장 먼저 나를 지켜주고
아무 말 없이 겨울을 이겨내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삶도 비슷하다.
겉으로 보이는 멋보다
속부터 따뜻해야 오래 버티듯
겨울도 안에서부터 든든해야
편안히 지나간다.
그래서 나는 추워지면 바로 내복을 입는다
멋이 아니라
따뜻함이 주는 진짜 힘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정말 그렇지 않은가?
추운 겨울엔 멋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
따뜻한 게 최고의 방패요 장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