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이름을 하나씩 살펴보다 보면
자연이 얼마나 세심하게 계절을 구분해 왔는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가랑눈, 마른눈, 소나기눈, 풋눈, 자국눈, 함박눈….
그 사이에 유독 정체가 모호한 이름 하나가 있습니다.
비도 아니고 눈도 아닌 것, 진눈깨비입니다.
오늘 하루 종일 내린다고 하는 눈이 바로 이 진눈깨비입니다.
진눈깨비는 비와 눈이 섞여 내리는 현상입니다.
기온이 영상과 영하의 경계를 오르내릴 때,
빗방울이 얼거나 녹은 눈송이가 다시 얼어붙으며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떨어지는 동안에는 눈이 되었다가,
땅에 닿기 전에는 비가 되기도 하는
일종의 과도기적인 강수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날이면 길바닥이 질척해집니다.
눈처럼 포근하지도 않고,
비처럼 말끔하지도 않습니다.
외출을 하려면 신발부터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운동화보다는 장화를 꺼내 신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이 먼저 섭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엉뚱한 상상을 해봅니다.
하늘의 도깨비가 방망이를 휘둘러
“눈 내려라” 뚝딱하고 주문을 외웠는데,
그 주술이 헷갈려
비를 조금 섞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계절의 장난 같은 이 강수가
종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눈깨비는 겨울의 맛을 또렷하게 전해주지 않습니다.
하얗게 덮어줄 듯하다가도
금세 녹아 사라지고,
겨울을 기다리던 마음마저
어딘가 흐릿하게 만들어버립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진눈깨비를 바라보며 보내는 휴일의 마음 또한
썩 개운하지 않습니다.
나서기에도 애매하고,
집에 머물기에도 마음이 붙질 않습니다.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감정이
질척한 길바닥처럼 마음에 남습니다.
눈도 아니고 비도 아닌 진눈깨비처럼,
사람의 마음도 가끔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채 머무를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완전히 겨울로 들어서지도 못하고,
완전히 이전 계절을 떠나보내지도 못한 상태로 말입니다.
아마 진눈깨비는
조금만 더 기다리라는 자연의 신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곧 제대로 된 겨울이 찾아올 것이라는 예고처럼 말입니다.
오늘은 그저
장화를 신고
질척한 길을 걷느니 보다
하루 종일 집에 머울며
겨울 이야기들 들추면서
조용히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