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치기, 그 달콤한 승부의 기억

by 비움과 채움


축제가 무르익은 관광지에 도착하자마자, 귀부터 흥겨워졌다.

요란한 엿가위 소리와 북장단에 맞춰 품바타령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형형색색 천 조각을 덧댄 누더기옷, 짙게 그려진 눈썹과 익살스러운 분장. 엿고리를 메고 고무신을 질질 끌며 장단을 뽑아내는 엿장수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공연이었다.

구수한 입담과 풍자가 어우러진 품바타령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였다.


엿장수가 우리 앞에 섰다. 엿고리에는 가래엿이 가득 담겨 있었다.

“엿치기 함 하세요.”

그 한마디에 일행 넷의 눈빛이 동시에 반짝였다.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점심은 엿치기로 정하자.”


엿치기. 언제 적 놀이였던가.

까맣게 잊고 지내던 말 한마디에 겨울날의 기억이 한꺼번에 되살아났다.

엿치기는 엿가락을 ‘딱’ 하고 부러뜨린 뒤, 절단면에 생긴 구멍의 크기로 승부를 가르는 전통 민속놀이였다.

엿이 잘 굳는 겨울에 즐기던 달콤한 놀이였고, 구멍이 클수록 이기는 단순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승부였다.

진 사람은 엿값을 물거나 벌칙을 감수해야 했지만, 그마저도 웃음으로 넘기던 정겨운 놀이였다.


우리는 각자 가래엿을 하나씩 골라 들었다. 경험은 몸에 남아 있었다.

줄무늬가 선명하고 표면이 거친 엿일수록 구멍이 클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고 있었다.

넷 모두 엿가락을 쥐고 숨을 고른 뒤, 동시에 힘을 주었다.

‘딱.’


부러진 엿을 입김으로 불어가며 구멍을 살폈다.

하나 크게 뚫린 엿, 잔구멍이 여러 개 난 엿, 거의 보이지 않는 엿…. 그중 내 엿은 보일락 말락 했다.

순식간에 웃음이 터졌다.

꼴찌는 나였다.

그렇게 점심값은 내가 담당하게 되었다.


이제는 골목에서 엿장수의 가위 소리가 사라진 시대가 되었다.

친구가 툭 던진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이 엿도 곧 사라질 거야. 누가 엿을 먹냐고. 추억 속 주전부리가 되겠지.”


초콜릿과 과자, 사탕 등 온갖 간식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엿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래서 더 아쉬움이 컸다.

어린 시절, 동네에 엿장수가 오던 날이면 집집마다 모아둔 병을 들고 나와 엿과 바꿔먹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달콤함은 단순한 맛이 아니라, 기다림과 흥정, 웃음과 놀이가 함께한 시간이었다.


언젠가 이렇게 말하게 되지 않을까.

“옛날에는 가래엿이라는 엿이 있었고, 그걸로 엿치기라는 놀이를 했단다.”

엿은 사라질지 몰라도, 엿치기에 담긴 웃음과 승부, 그리고 사람 냄새나는 추억만큼은 오래도록 마음속에서 굳지 않은 채 남아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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