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하철 입구
노란 우비를 입은 학생이 전단지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듯, 사람 한 명 한 명에게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심하게 지나갔다.
전단지를 거절당할 때마다 학생의 얼굴에 잠깐씩 머쓱함이 스쳐 지나갔다.
어떤 날은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이 여럿이어서, 서로 경쟁하듯 사람들을 따라오기도 한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면 사람들은 전단지를 받지 않는 방법도 익히게 된다.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걸으면 전단지를 내밀지 않는다는 작은 요령 같은 것들이다.
오늘 받은 전단지는 헬스클럽 홍보지였다.
학생은 헬스클럽 직원이 아니라, 단기 아르바이트생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주머니에 전단지를 접어 넣은 채 출근을 했다.
점심시간에도 비슷한 장면을 보았다.
횡단보도 앞에서 할머니들이 식당 메뉴가 적힌 전단지를 경쟁적으로 나눠주고 있었다.
식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전단지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다.
“그들도 돈 벌기 위해 애쓰는데 받아주는 게 맞지 않겠나.”
“전단지는 불법인 경우가 많다는데, 받는 것도 결국 불법을 돕는 것 아닐까.”
의견은 나뉘었다.
그때 처음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전단지 배포는 아무런 규정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단지와 같은 홍보물을 배포할 때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고 한다.
이 법에 따르면 전단지를 합법적으로 배포하려면 다음과 같은 절차가 필요하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하고,
신고 후 확인 도장이나 천공 표시를 받은 전단지만 배포할 수 있으며,
반드시 지정된 장소와 방법을 지켜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고 무단으로 배포하거나,
길거리에 버려지게 하거나,
담벼락이나 대문에 붙이는 행위는 과태료 대상이 된다.
과태료는 전단지 수량이나 위반 방식에 따라 상당한 금액이 부과될 수 있다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더 있다고 한다.
법적 책임은 단순히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단지 배포의 책임 주체는 일반적으로 홍보를 의뢰한 업체,
전단지를 제작하거나 배포를 맡은 광고업체가 1차적인 책임을 진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무단 배포가 이루어질 경우, 배포 행위를 직접 한 사람도 행정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는데,
즉, 아르바이트생이라 하더라도 법적으로 완전히 자유로운 위치는 아니란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지하철 입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던 학생의 모습이 다르게 보였다.
그 학생은 단지 용돈을 벌기 위해 서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 일의 뒤에는 생각보다 복잡한 책임과 제도가 얽혀 있었다.
전단지 한 장은 가볍다.
하지만 그 전단지가 만들어지고 배포되기까지는 비용이 들고,
법이 적용되고,
누군가의 노동이 들어간다.
또 한편으로는 도시의 환경과 질서를 지키기 위한 규칙도 함께 존재한다.
우리는 길 위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전단지를 마주친다.
그때마다 받느냐, 받지 않느냐는 개인의 선택일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전단지 한 장의 뒤에는 단순한 종이 이상의 이야기와 현실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