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그 여름, 삼계탕 한 그릇의 추억

by 비움과 채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문득 삼계탕이 먹고 싶어졌다.

단지 몸보신이 필요한 계절이라서가 아니라, 마음 한 자락이 오래전 어느 여름날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어릴 적, 삼복더위가 찾아오면 아버지는 늘 텃밭 뒤편에 노는 수탉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저놈 한 마리 잡아와라.”

그러면 형제들은 닭 쫓아 땀범벅이 되어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결국 한 마리 붙잡혀 어기적대며 들려오는 닭의 발버둥에,

동생은 어김없이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그거 개구리랑 지렁이 잡아다 키운 닭이야! 어떻게 먹어!”

그 울먹임이 안쓰러우면서도, 당시엔 이해할 수 없었던 동생의 애틋한 마음.


그러든 말든, 끓는 물에 닭은 털이 뽑혔고

가마솥엔 황기며 대추, 마늘 같은 약초들이 함께 들어가

서서히 보글보글 소리를 내며 깊은 향을 퍼뜨렸다.


그날 저녁, 온 가족이 둘러앉은 밥상엔

살결 부드럽고 국물 진한 삼계탕이 놓였고

우리는 숟가락을 멈추지 못했다.

하지만 마당 한쪽, 입이 대발 나온 동생은

눈물에 젖은 얼굴로 밥상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그렇게 삼복이 지나면 우리 집 닭은 하나둘 줄어들었고

대신 우리 식구들의 볼은 점점 통통해졌었다.

몸에 좋다고, 더위 이겨내야 한다고,

그땐 그게 여름의 의식 같았다.


이제는 그때처럼 수탉을 잡지도 않고

가마솥도 없지만,

오늘은 그 여름날의 삼계탕이 그리워

그 마음 품은 채 삼계탕집으로 향한다.

지금은 식당의 냄비에서 끓어오르지만,

그 속엔 여전히 어린 시절의 땀과 웃음,

그리고 동생의 울먹임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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