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걷기

대전 계족산, 맨발로 걷는 황톳길의 마법

by 비움과 채움

대전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계족산.

몇 해 전 우연히 알게 된 이 산은, 이제 나에게 단순한 산 이상의 의미다.

누군가의 입소문을 따라 처음 찾았던 그곳에서, 나는 단박에 매혹되었고, 이후 몇 번이고 다시 찾게 되었다.


계족산의 특별함은 ‘황톳길’에 있다.

무려 14.5km에 달하는 이 황톳길은 단순한 등산로가 아니다.

붉은 황토 위를 맨발로 걷다 보면 발바닥에서부터 온몸으로 스며드는 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땀이 맺히고, 숨이 차올라도 발끝에서 전해지는 감촉은 묘한 위로처럼 다가온다.


더 놀라운 건 이 길이 한 지역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지역 소주회사로 알려진 이 기업은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이념 아래,

황톳길을 조성하고 매년 고급 황토를 새롭게 덮으며 정성껏 관리해오고 있다.

그들의 철학이 고스란히 깃든 길 위에서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이어진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ESG 실천의 현장인가.


그래서일까.

이곳은 이제 전국에서 손꼽히는 ‘맨발 걷기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많은 이들이 황톳길을 걷고, 발로 땅을 느끼며 자연치유의 힘을 경험한다.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수면의 질이 향상되며, 만성통증이 완화되었다는

체험담은 더 이상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나 역시 그 효과를 온몸으로 느껴본 마니아 중 하나다.


오늘도 나는 황톳길을 걷고 싶어 대전으로 향한다.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이미 계족산 어딘가,

조용한 황톳길 위를 걷고 있다.

몸은 버스 안에서 안달이 나 있지만, 머릿속엔

벌써부터 맨발에 스며드는 그 촉촉한 황토의 감촉이 생생히 떠오른다.


오늘은 또 어떤 변화가 내 몸과 마음에 찾아올까.

그 기대만으로도 이미 여행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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