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부르는 꽃, 나팔꽃
“아빠하고 나하고 심던 꽃밭에
채송화도 봉선화도 한창입니다.”
어릴 적 흙 묻은 손으로 함께 심었던 그 꽃들 중,
이 아침 나의 눈길을 붙잡은 건 울타리를 감고 오른 나팔꽃이다.
세상에 이토록 말없이 강한 꽃이 있을까.
가는 줄기 하나로 울타리를 휘감고,
한밤의 어둠을 뚫고 새벽녘 가장 먼저 피어나는 꽃.
햇살이 머물기도 전,
그는 이미 자신을 활짝 열어 세상을 맞이하고 있다.
영국 사람들은 이 꽃을 ‘Morning Glory’라 부른다지?
일본 사람들은 ‘아침의 얼굴’이라 한다지?
우리에게는
새벽을 깨우는 꽃, 나팔꽃으로 불린다.
꽃잎은 얇고 여리지만,
그 안에 새벽을 일깨우는 종소리라도 담긴 듯
피어있는 모습만으로도 하루가 환해진다.
울타리 하나에 몸을 맡기고,
흐르는 시간에 맞춰 피고 지는 나팔꽃.
누구보다 일찍 깨어나
세상에 ‘아침이 왔다’고 전하는 조용한 전령.
어쩌면 우리 삶도 나팔꽃처럼 살아야 하는 건 아닐까.
어두운 밤을 지나
묵묵히 새벽을 견디고,
가장 먼저 자신을 열 줄 아는 용기.
오늘도 나팔꽃은 말이 없다.
다만 피어 있음으로써
우리를 가만히 일으켜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