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존재들, 그리고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유기견

by 비움과 채움

오후 녘, 나는 쌕 하나를 메고 동네 뒷산을 올랐다. 한낮의 열기를 식히느라 바빴던 숲도 지친 듯 나뭇잎은 축 늘어져 있고, 낯익은 산길은 평화로워 보였다. 풀과 나무들과 인사를 나누며 걷던 그때, 불현듯 길을 가로막고 선 네 마리의 커다란 개들과 마주쳤다. 유기견들이었다.


그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발길을 멈춘 채, 나는 숨소리 하나까지 아껴가며 상황을 주시했다. 이성이 끊긴 한 마리가 덤벼들면, 떼거지로 공격해 올지도 모른다는 공포. 그러나 되려 침착해져야겠다는 본능이 작동했다. 부러진 나뭇가지를 움켜쥐고, 나는 녀석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눈을 맞추고, 위협을 느끼게끔 나무를 후려치자 그제야 녀석들은 쏜살같이 도망쳤다. 등줄기로 흘러내린 땀과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 사이로, 씁쓸한 생각이 밀려왔다.


이 개들은 한때 누군가의 품에서 따뜻한 밥과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가족의 일부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이들은 버려졌다. 인간의 이기심과 무책임이 만들어낸 존재, 그 결과가 지금 산속의 공포로, 또 다른 생태계의 위협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배가 고파 사람을 공격하게 되는 그 순간조차, 우리는 개를 탓할 수 없다. 이 모든 건 결국 사람의 선택 때문이니까. 사랑할 줄 알면서도 쉽게 버릴 줄 아는 인간의 모순, 책임지지 않는 애정이 만들어낸 비극이다.


이제는 산을 오를 때도 무장을 해야겠다는 현실이 슬프다. 더 슬픈 건, 이 모든 것이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길을 막고 선 건 개들이었지만, 그들을 그 자리에 서 있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우리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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