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의 국기봉

지금도 가슴이 뛴다

by 비움과 채움

학교 마당에 우뚝 선 국기봉,

그 꼭대기에서 펄럭이는 태극기가

어린 마음에 눈부셨다.

우리 집에도 저렇게 서 있으면

참 멋지겠다고 생각했다.


숫돌고개를 넘어가면

논가에 곧게 뻗은 낙엽송 몇 그루.

나는 이미 그중 하나를 찜해 두었다.

광복절 전날, 톱을 들고

그 나무를 베어냈다.

가지와 껍질을 벗기니

당당한 국기봉이 되었다.


외양간 문고리를 빼어 꼭대기에 달고,

빨랫줄을 꺼내 태극기를 묶었다.

대문 옆 땅을 파고 친구들과 힘을 모아

국기봉을 세웠다.

학교보다 더 높아 보였고

태극기는 더 힘차게 펄럭였다.


그러나 부모님의 표정은

내 마음과 달랐다.

그 나무가 남의 것임을,

나는 알지 못했다.


광복절 아침,

국기봉은 사라져 있었다.

아버지는 임자에게 돌려주었다고 했다.


그날 이후,

펄럭이는 태극기를 볼 때마다

우뚝 세웠던 어린 날의 국기봉과

아버지의 가르침이

내 마음속에서 함께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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