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퍼도 퍼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

글이란?

by 비움과 채움

어느 날 아침, 정성껏 써 내려간 글을 선배에게 보냈다.

곧 돌아온 답장은 짧고 단호했다.

“이제는 펌글 말고, 네가 쓴 글을 보내렴.”


그 말에 잠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혹시 내가 보낸 글을 읽지도 않고

그저 어디선가 옮겨온 글이라 여겼던 건 아닐까.

그 순간, 나도 그런 적이 있었음을 떠올렸다.

누군가가 보낸 익숙한 글귀,

이미 수차례 받아 본 이미지들에

무심코 스크롤을 넘기던 기억.


그때 결심했다.

“그래, 이제는 내 마음을 담아보자.

하루에 한 편이라도,

내가 느끼고 생각한 것을 써보자.”


그 결심 이후로 내 일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책장을 더 자주 넘기게 되었고,

전자책 속에서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곱씹게 되었다.

산책길의 바람, 아침 창가의 햇살,

식탁 위에 놓인 차 한 잔까지도

모두 글의 소재가 되어 나를 찾아왔다.


글을 쓰는 일은 단순히 문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한 문장, 한 단어를 조합하며

나는 내 안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과연 나는 이 글처럼 살고 있는가.

내 말은 진실한가,

내 글은 나의 삶과 이어져 있는가.

글이 번지르르한 수사로만 채워지지 않도록,

진심이 녹아 있어야 한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글을 쓰면서 나는 배운다.

생각하고, 반성하고, 다듬는다.

그리고 그 글을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을 때

더없이 행복해진다.

그것은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마음을 건네는 일이기 때문이다.


글은 퍼도 퍼도 마르지 않는 샘물 같다.

오늘의 한 줄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되고,

나의 삶을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든다.


이제 나는 안다.

글을 쓴다는 건

세상과 연결되는 일이고,

나 자신과 더 가까워지는 길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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