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한 날 느티나무에 매달려 구애의 노래를 부르던 수컷 매미도
기피제를 뿌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윙윙대며 달려들던 모기도
이제는 조용히 자취를 감췄습니다.
폭염을 전하던 리포터의 얼굴에 비지땀이 흐르던 여름,
쫙 갈라진 저수지 바닥과
물에 잠긴 마을, 산사태로 허물어진 풍경들,
그 속에서 부채를 흔들며 여름을 견디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삼복더위를 묵묵히 버텨낸 옆집 명멍이조차
어제까지는 헥헥거리며 꼬리를 흔들었지만,
이제는 한결 누그러진 바람을 맞으며 편히 누워 있습니다.
그랬습니다.
어제까지는 분명 8월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9월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달력의 ‘9’라는 숫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고개를 숙인 이삭 같기도 합니다.
묵묵히 익어가며 풍년을 예고하는,
한 해의 결실을 품은 이삭처럼요.
오곡이 알알이 익어가는 계절.
농부의 땀방울은 이제 황금구슬처럼 빛나고,
들판에는 짐자리가,
저녁녘엔 귀뚜라미가
가을의 도래를 노래할 것입니다.
무더위가 물러간 자리엔
풍요의 기운이 가득하고
민소매를 접은 사람들은
차분히 가을 옷깃을 여미기 시작하겠지요.
계절이 바뀌고,
자연이 변하며,
우리의 마음도 함께 달라잘 겁니다.
9월은 마치 마술봉처럼
세상을 가을답게 물들일 것이고
아름답고, 알차고, 풍요롭게.
이제 곧 펼쳐질
가을의 무대 위로,
당신을 초대할것입니다.
그 찬란하고도 조용한 계절의 공연을
꼭 감상해보시길 바랍니다.
가을은, 기다려준 이들에게 언제나 넉넉한 선물을 안겨줄테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