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과 친구의 해박한 예찬

by 비움과 채움

점심 약속을 잡은 날, 나는 오랜만에 예전 단골집이 떠올랐다. 청국장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 사전 예약이 없어 늘 긴 줄이 늘어서지만, 그 기다림마저도 맛집의 풍경처럼 익숙했다.

친구 역시 흔쾌히 좋다며 동의했다.


줄을 서 있는 동안 구수한 냄새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그 향은 배를 자극해 허기를 더 키웠다.

청국장 특유의 진한 향은 어린 시절을 불러왔다.

어머니께서는 늘 아랫목에 삶은 콩을 두고 짚을 덮어 띄우셨다.

이불로 습기와 온도를 지켜가며 전통방식 그대로 띄우던 청국장. 그때는 쾌쾌한 냄새가 싫어 코를 찡그렸지만, 지금은 그 냄새 없이는 밥맛이 덤덤해지는 듯하다.

인생의 어느 시점부터인가 그 냄새는 구수한 추억이 되었고, 내 몸에 스며든 중독이 되어 있었다.


차례가 되어 앉자마자 보글보글 끓는 청국장이 앞에 놓였다.

냄새는 곧바로 미각을 흔들며 추억과 현재를 겹쳐 놓았다.

숟가락을 들자, 맞은편 친구가 갑자기 해박한 지식의 장을 펼쳤다.

혈당 조절, 암 예방, 뇌졸중과 치매 예방, 고혈압 개선, 면역력 강화, 변비 개선까지..

그의 입에서는 청국장이야말로 만병통치약이라는 듯한 예찬이 쏟아졌다.

말이 길어질수록 그의 숟가락은 늦어지고, 내 웃음은 깊어졌다.


식사를 마치고 찻집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그는 여전히 청국장의 미덕을 논했다.

식은 차를 앞에 두고도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맛집을 소개해줘서 고맙다. 전통을 제대로 이어가는 집이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잔잔한 기쁨을 느꼈다. 어릴 적에는 회피하던 냄새가, 이제는 친구와의 대화와 웃음을 묶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었으니. 청국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추억과 건강, 그리고 우정을 한 그릇에 담아내는, 삶의 깊은 국물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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