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더 정감 가는 그림 한 장

by 비움과 채움

잘린 여름의 꼬리가 멀어져 간다.

뜨거운 햇살 아래 숨 가쁘게 흔들리던 계절의 끝자락,

그 뒤를 따라 다소곳이 9월이 걸어 들어온다.


이맘때면 나뭇잎들도 초록에 지친 얼굴을 드러낸다.

한껏 푸르렀던 여름 내내 버텨온 흔적처럼,

잎사귀마다 바랜 색이 묻어난다.

목이 쉬도록 울던 매미들은

어딘가 마지막 발악을 하듯 울음을 토해내고,

그 소리는 바람 속에 묻혀 서서히 사라지겠지.


가느다란 줄기에 흔들리는 작은 꽃잎 하나,

코스모스가 가늘게

마치 윙크를 하듯 오가는 사람들을 향해 인사하고.


고개를 푹 숙인 벼이삭들이

논둑길을 지나가는 이에게 무거운 인사를 건넬 것이고.

그 곁에선 메뚜기들이 뛰놀고,

고추잠자리는 날렵한 곡선을 그리며 비행을 할 것이다.


과수원엔 씨알이 굵어진 열매들이

탐스럽게 달려

풍요로움이라는 단어가 눈앞에 그려질 것이고.

거리엔 긴소매 차림의 사람들이 늘고,

그 소매 끝엔 선선한 바람이 머물다 가겠지.


이 모든 풍경들이

맞게 될

9월 첫날의 스케치다.


덜 뜨겁고, 더 포근하고.

덜 소란스럽고, 더 정겨우리라.


역시 8월보다는 좋은 그림이다.

역시 8월보다는 마음이 먼저 반응하는,

정감 가득한 계절, 9월 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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