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여는 오케스트라

by 비움과 채움

가을비가 내리는 아침, 문득 창밖을 바라보다가 생각했다.

이건 단순한 비가 아니다.

하늘이 작곡하고, 바람이 지휘하며, 빗방울이 연주하는 오픈 콘서트가 막을 올린 것이다.


투두두둑…

토독토독…

톡톡, 토토토독…

주룩주룩, 주루루루룩…

빗방울들은 각자의 리듬을 따라 떨어지며 선율을 만들어낸다.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현악기처럼 청아하고,

도로 위에 부딪히는 빗물은 타악기처럼 경쾌하다.

우산 위로 퍼지는 빗소리는 마치 피아노 건반을 눌러 연주하는 것 같고,

떨어지는 나뭇잎과 꽃잎은 관객인 동시에 무대 위의 춤꾼들이다.


오늘 하루는 그렇게,

이 위대한 자연의 합주에 몸과 마음을 맡긴 채 지내고 싶다.

장엄하고도 감동적인 이 가을비의 연주는

어떤 천재 작곡가도 흉내 낼 수 없을 것이다.

내 감성은 그 빗소리에 자극받고,

내 마음은 그 선율 속에 잠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 공연,

나는 오늘 종일, 이 빗소리 속에 감전된 채 머물고 싶다.

행복한 감성의 전율을 온몸으로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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