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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 Jul 06. 2016

저랑 데이트 하실래요?



 

어릴 적 한가로운 오후


엄마 시장간다


엄마 목소리가 들려오는 즉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후다닥 옷을 주워입고


나도, 나도~ 갈래

엄마 뒤를 졸졸 따라나서곤 했다


시장의 각종 먹거리가 좋아서도,

볼거리에 흥미가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엄마와 함께 시장가기는

다름아닌

'함께 있고 싶다'는

나의 행동 언어였다


엄마와 함께 장을 보고

길거리 음식도 나눠먹고

마주 앉아 콩나물이나 고구마 줄기도 다듬고

찌개가 보글보글 끓을 동안

부리나케 두부 심부름도 다녀왔던

어린 시절의 기억-


평범한 일상의 기억을 공유한다는 것은

그 어떤 보물보다 값지게 느껴진다


엄마를 떠올리면 함께한 기억들 덕분에

가슴이 훈훈해져 오는데 반해

아빠를 떠올리면 함께하지 못한 기억들 때문에

목이 메고

눈시울부터 뜨거워지는 일이 적지 않다

 

그 때마다 일상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시공간을 함께 한 기억이 별로 없다보니

서로의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에 둔감해지고

오해 또한 파생되면서

결국 아빠와의 대화가 어렵게만 느껴지는 지경에

이르게 된 건 아닐까  


이따금 아빠가 술 기운을 빌려

자식들에게 서운함을 표출하실라치면

나는 그게 또 서운하면서도

애처롭게만 느껴진다


엄마와의 데이트 장소가 재래시장이었듯,

아빠와의 데이트 장소도 따로 있었다면 어땠을까...

 

지금도 늦었다고는 생각지 않으니

아빠에게 성큼성큼 다가서기는 킵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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