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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 Jul 07. 2016

내가 술을 미워한 이유






술의 유익한 측면에 대해

절대적으로 동감하는 한 사람으로서

나도 때론

뭔가 기념하고 싶은 기쁨에 겨운 날,

세상에 홀로 버려진 듯한 비감함에 빠진 그런 날

알코올 샤워가 간절해진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술이

꼴도 보기 싫을 정도로 싫어졌다


애초에 술을 즐길 기회조차

박탈당한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내게 거부반응이 생긴 건


다분히 폭력적인 군대 회식문화에

학을 떼서도 아니고


체질적으로 알코올 알러지가 있어서도 아니고


나의 태양과도 같았던 아빠를

비겁한 초로의 남자로 만들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이후부터인 듯 하다


아빠가 느끼시는 외로움과 허전함만큼이나

술을 벗삼는 횟수가 점점 늘어가고

알코올의 힘을 빌려야만

속내를 털어놓으시는 걸 보고

난 많이도 야속해했었다


이제와서 돌이켜보니

내가 그렇게도 미워한 건

'술'도

술을 마시는 '아빠'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빠의 곁을 빼앗겼다는 원통함,

다름아닌

술에 대한 질투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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