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짬밥과 즉석 조리 식품으로
얼룩진 세월을 보냈기에
30대부터는 건강한 자연식을 하며
적극적인 디톡스를 하고 싶었다
영양학, 생리학, 운동학을 섭렵한 후
관련 자격증도 취득하고
저지방, 고단백, GI 지수를 고려한
저칼로리 식단 짜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탄수화물은 오로지 양질의 복합 탄수화물
(통곡물, 고구마 등)로만 섭취하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은 매일 꼭꼭 챙겨먹되
과당이 많은 과일 또한 피하고
유산균 풍부한 수제 요거트와
하루 권장량의 견과류를 챙기는 것도
습관화하고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음료수는
일체 금물,
달고 짜고 매운 음식도
멀리 멀리~,
매끼니 저염 식단을 짜서
도시락을 챙겨다니고
카페인이라곤 하루 최대 한 잔 이내의 커피와
85% 이상의 다크초콜릿 한 조각이 전부,
하루 세 끼를 규칙적으로 챙기고
주 3회 이상의 운동 습관을 들인 세월만
어언 4년...
인고의 노력 끝에
내가 꿈에 그리던 몸을
만들어보기도 했으나
나도 모르는 새
슬금슬금 면역력이 떨어지고
몸 이곳 저곳에서
정체모를 경보 신호음이 울려왔다
'거 참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내가 세워놓은 건강한 습관의 틀을
계속 고수했다
일반적인 의학 지식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도 아니었기에
과감히 틀을 깰 생각조차 못하고 있던 차,
이 정도로 급속히 몸이 약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람들이 흔히들 알고 있는
'건강한 식습관' 이란 것이
대부분의 일반인에게 진정 건강하게 작용할 수 있는가 하는 일말의 의구심을 품고는 있었지만
몸소 생체 실험까지 마치고 나니
이제야 비로소 확신이 든다
우리 몸은
입력된 명령어를 법칙처럼 따르는 컴퓨터가 아니다
철저히 계산된 식생활과 운동 습관은
체중을 줄이고 미용적으로 보기 좋은 몸을 만드는데 있어선
탁월한 효과가 있을지언정
건강의 만능키는 아니라는 사실!
세계인의 슈퍼푸드가
나에겐 맞지 않을 수 있고
한 사람 한 사람의 건강법은
대세가 아닌 맞춤이 필요하다는 것!
의료계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도
계속 수정 보완하는 과정에 있을 뿐
완전 무결한 것이 아니듯,
나에겐 맞지 않는,
이 시대의 넘쳐나는 각종 정보들로
건강을 해치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하겠다
'약간의 저혈압을 유지하는게
고혈압 보다야 훨씬 낫지...'
잠시나마 이렇게 어리석은 생각을 품고 산
내가 부끄럽다
훨씬 더 위험한 신호임을
왜 이제야 뒤늦게 깨달았는지-
나를 병들게 한
채식 위주, 저염식 습관을 뜯어고치고
충분히 짜고 매운 음식 위주의 식단을 구성하고
처방에 따라 식염 포도당까지
추가로 복용하면서
조금씩 호전 증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
그저 내 몸에 감사할 따름이다
(지금은 식염 포도당을 복용하는 인위적인 방법도
이젠 중단하고 식단으로만 조절하려고 하고 있다)
현재 너무도 당연시되는
'저염식=건강식' 이라는 엉터리 주장
염분 제한 식이를 섭취해야하는
일부 사람을 제외하고
건강 지표가 정상의 범주에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섣불리 저염식, 생채식 하지 마시고
슈퍼푸드 맹신하지 마세요"
"오랜 세월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식재료와 조리법이 아무래도 우리 몸엔 건강한 법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