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수련회날
심신을 단련하고 호연지기를 키우고... 구구절절 늘어놓는 그 당시 수련회의 취지였다
요즘 연일 보도되는 끔찍한 아동 학대 뉴스를 접하면서 과거의 악몽이 떠올랐다
수련회 기간 중 단체 급식을 할 때였다
잔반 일체 금지!
무조건 다 먹지 않으면 벌을 주겠다고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쌀 한 톨이라도 남기는지 쫓아다니며 감시하는 선생님들이(사실 정체를 모르겠음;) 계셨다
불행하게도 내 식판에 놓인 반찬 중
온전한 형체를 갖춘 왕파리 한마리가 파래와 함께 잘 버무려져 있는게 보였다
고성을 질러대며 윽박지르는 선생님들 속에서
눈 질끈 감고 파리만 피해서 꾸역꾸역 먹긴 했는데
한 분이 내게 다가오시더니 이건 왜 남겼냐고 꾸짖기 시작하셨다
이렇게 말씀드렸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안 먹겠다고 버텼다간 전체에게 불이익이 갈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
할 수 없이 파리와 함께 파래 한 덩이를 꿀꺽 삼켰다
그리고는 식판을 반납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 이후로 내 평생 파래 음식은 입에 대지 않는다
먹을 수가 없다
이것도 학대였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어릴 땐 학대인지도 모르고 당하고 받아들이니 더 가련할 따름...
어린 영혼들한테 상처주는 인간들에게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더이상 개인, 가정의 인격적 문제로만 볼 사안이 아니라는데 사람들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요즘,
학대에 대한 인식이 보다 개선되고
사회적 안전망의 부실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데 그치지 말고 실질적인 대안이 수립되길-
학대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불행도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