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by 해요
무지개.jpg

Since 1983

무지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새삼 내 인생도 적잖이 다채롭다 느낀다


동네에서 가장 크고 좋은 집에 사는 부잣집 딸로도 살아보고

라면 살 돈도 없어 배를 곯을 만큼 빈털터리로도 살아보고


큰집 식구들한테 똥멍청이 취급받으며 구박도 받아보고

목숨걸고 공부해서 대학교 수석 입학도 해보고


아무리 먹어도 살 안찌는 축복받은 날씬이로도 살아보고

외로움을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달래다 살이 엄청 쪄보기도 하고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도 다녀보고

남들이 하찮게 여기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첫 연애에 마초남을 만나 마음고생도 해보고

두번째 연애에서 순정남을 만나 결혼해서 사랑받고 있고


여자들은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군대에서 장교 생활도 해보고

...


뭐 그리 대단한 것들은 아니지만

모범생의 굴레에 갇혀 지루할 정도로 재미없는 학창시절을 보낸 것 치고는

인생의 궤적이 심심하지만은 않은 듯하다


고생담이 시간이 흘러 추억담으로 미화되는 걸 싫어하지만

이 모든 경험들이 내가 성숙하는 과정이라 믿고 싶다


힘든 과정이 없었다면

난 아마

세상 물정 모르고

생각없이 타성에 젖어

콧대만 높은

안하무인의 온실 속 화초로 자랐겠지-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직 인간이 덜 됐으니 더 겪고 배우라고

또다시 가시밭길에 던져지는건 아닌가...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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