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난생 처음 하이힐을 신은 건
전투화에 익숙해져버린 한참 이후
나에겐 모험과도 같았던
날렵한 구두 코와 가늘고 높은 굽-
나도 예뻐보이고 싶은 20대 여자라고
증명해보이고 싶었던건지
엉거주춤, 어기적어기적 한걸음 떼는 것조차 힘겨워도
망설임 끝에 결국 하이힐에 발을 욱여넣고 보는 경우가
적지않았던 기억이 난다
최근 한참을 슬립온과 플랫슈즈만 신고 살았는데
나름 차림에 신경쓴다고 하이힐을 신고 나서면서
오래 전 그 때처럼 어기적거리며
걷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실소가 터져나왔다
전투화와 영영 이별을 했듯
이젠 하이힐과 영영 이별을 해야할 것 같다
멋도 좋지만
원치않게 몸고생, 마음고생하며 20대를 보내고
겨우 30대 나이에 골병이 들어버린 내 육신에
미안할 짓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바이바이 하이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