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며드는 칸트의 세계 덕에 이번엔 완독 성공
윤리학을 전공하신 분이거나
혹
윤리를 가르치는 교사분들이 아닌 경우에도
칸트는 유명한 철학자일 겁니다. 시간 잘 지키는 걸로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칸트를 넘지 않고는 입학조차 불가했던 커리큘럼을 삼켜내는 중이라.
사정상
서양 철학사의 아주 커다란 덩어리(?)이며 임용고시 출제 빈도 1순위를 자랑하는
"그" 칸트를 어떻게든 소화해 내야 했습니다,
만은.
그 인간(?)이 생각만큼이나 쉬운 사람은 아니었던지라.
울며 겨자 먹기로 외우고 또 외우기만 했어요... 이해를 포기한다.
나중에는 스스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칸트에 대한 문제가 나오면 무언가를 써내기는 하는
기계가 되었던 기억이, 겨우 2년 전. (대학원입학이절실하였으므로)
인데,
아시다시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외운 건 시험 끝나자마자 날아가 버리잖아요.
그래서 칸트라고 하면 결국 남은 건.
거두절미하고 도덕적으로 옳은 걸 해라.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저 정도도 입시공부 한다고 끙끙대던 그 시간이 아니었으면 알지 못했을 내용,
이고요.
그럼에도 칸트를 보고 이거다, 했던 이유는
옳은 것을 옳기 때문에 선택하는 힘에 대한 그의 확고한 신념 때문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뛰어나지 못한 만학도 감자는
칸트가 좋지만 + ㅈㄹ어려워서 완역본은 엄두도 안 나고 + 언젠가 알긴 해얄 것 같아 기웃기웃,
하던 중에
교수님의 책이 곧 출간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님비곰비 곰비님비 천방지방 지방천방 달려가려던 와중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책을 학생들에게 선물로 나누어주셨습니다.
즈이 학교 교수님이라 그런 게 아니라. (진짜로요)
원래 찐고수들은 어려운 내용을 무척 쉽게 쓰면서도 필요한 건 다 전달하는 그런 검법(?)을
지닌 분들이잖아요.
즈이 학교 교수님이라 그런 게 아니라222222.
책을 읽다 보면 칸트의 원전을 어뜨케 이렇게 말랑말랑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이해가 가능한 나 자신이 사뭇 낯설고요.
(칸트와 관련된 책은 다 필요 없고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휴 어려워)
저도 칸트 서당개 삼 년으로 그간 읽은 논문과 들은풍월이 있기 때문에
대강의 맥락이나 개념, 심지어 고질적으로 못 알아듣는 부분까지 대충 짚을 수 있는데요.
그런 부분들을 쉽고 부드럽게 다루어 주셔서. 마치 소가 핥은 것마냥.
읽는 내내 오래 묵힌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어요.
왜 예전 일본도 중에 진짜 잘 벼려진 검을 보면..
상대를 베는 줄도 모르게 쓱-하고 지나가잖아요?
그런 느낌입니다. 역시 찐고수의 글이란 이렇게나 담담하게 정밀합니다.
거두절미하고요.
학자로서의 교수님의 내공이 담긴 책이라는 게 단박에 느껴져서.
수업을 듣는 학생으로서의 존경심과 학문적 기쁨이 동시에 찾아와 벅찬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즈이 학교 교수님이라 그런 게 아니라33333.
교수님 수업이 '찬'며든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마성의 수업이라는 소문이 있었는데요.
(아쉽게도 이번이 마지막 강의)
실제로 수업을 듣다 보니 시나브로 젖어드는 감동이 있더라구요. 참으로 신기하죠.
교수님 수업이 유별나게 특별한 교수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말씀도 느리신데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도 가만히 듣다 보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순간들이 찾아와요.
수업을 같이 듣는 학우들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하니 저만 느끼는 것은 아닐 테고요.
그런 느낌이 책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칸트의 원전을 해설해 주시는 문장 사이사이
건조한 사회의 사실들과 상관없이,
진리인 것들에 대한
노학자의 담담한 믿음이 녹아있는 것 같아서.
전공자가 아니어도 한 번씩 읽어볼 만합니다.
그만큼 잘 설명되어 있고
그러므로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칸트가 좀 독할지언정(?) 그가 말하는 도덕에 대한 언명들은 인간의 삶 가운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서. 사실 저 못 알아 들어도 칸트 되게 좋아해요.
쉬운데 얕지 않은 칸트가 나왔습니다!!
수업 들은 늙은 감자의 팬심과 기쁨이 어우러진 추천 포스팅이지만.
그만큼 보장합니다아. 어서어서 잡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