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하찮아지는 모먼트를 더 발견하는 기쁨
나는 속이 시끄러울 때 역사로 도망가는 편이다. 사람마다 도망치는 카테고리가 다른 것 같은데 어떤 사람은 우주 속에서 인간의 하찮음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대자연 속에서 느끼곤 한다. 나는 다 사라진 사람들의 기록을 보면서 이 또한 다 사라지려니 하고 마음이 편해지는 타입이라 사실 우주나 대자연에는 큰 흥미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사막체험을 하면서 인간의 하찮음을 새롭게 느끼고 도망칠 구멍을 하나 더 찾은 것 같아 기뻤다. 오히려 너무 압도적인 풍경 앞에 놓이니 그 앞의 미물로서의 나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무언가를 다짐하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