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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pine Dec 27. 2020

권태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영화 <뉴니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연애의 참견>을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다. 사연을 보낸 이들의 막장 연애 사연과 패널들의 날카롭고 현실적인 조언이 버무려져 지독한 사랑의 매운맛을 맛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핵폭탄급 매운맛을 선사하는 사연이 있었는데 바로 ‘오픈 릴레이션쉽(Open relationship)’에 관한 사연이다. ‘오픈 릴레이션쉽’이란 연인 간 상호 합의를 전제로 다른 사람들과 정신적,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는 새로운 연애방식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이 개념이 서구권에서는 꽤 실천되고 있는 모양이다. (참고로 페이스북의 ‘자유로운 연애 중’이라는 연애 상태가 바로 ‘오픈 릴레이션쉽’을 뜻하는 것이다)


이 생경한 것을 소재로 한 영화가 있다. <Newness>. 새롭고 신선한 관계를 갈구하는, 데이트 어플로 가벼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남녀에 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의 이름은 마틴과 가비. 그들 역시 어플을 통해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하였는데, 그런 관계들에 지쳐갈 때쯤 서로가 매칭되고 순식간에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감각적인 음악과 영상, 마틴과 가비가 보여주는 연애의 시작, 그 설레는 모습들로 영화의 초반은 충만하게 채워진다.

 


가벼운 만남에 익숙했던 그들의 관계에 현실이라는 무게가 실리는 순간 다툼이 반복되고 권태로운 일상이 시작된다. 위기를 맞은 이 커플이 선택한 것은 ‘오픈 릴레이션쉽’. 안정적인 관계는 유지하면서 과거 가벼웠던 만남을 즐겼던 때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이 연인의 갑작스러운 기류 변화에 우리나라 관객들은 영화에서 한 발자국 멀어진다. 다른 이성과의 데이트는 물론, 잠자리를 하고 그걸 서로에게 이야기하며 심지어 부추기기까지 하는데 이런 서구식 막장드라마에 이물감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소재가 ‘오픈 릴레이션쉽’일뿐 그 안에 내포하고 있는 갈등 상황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사람들은 연애를 하며 오래된 것으로부터 나오는 안정감과 완숙함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단지 권태로움으로 느낄 뿐이다. 권태로움은 새로운 자극을 갈망하는 것에서 나오는데, <연애의 참견>에서 다뤄지는 많은 사연, 갈등에도 권태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사실 우린 이 뻔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고, 영화 또한 인물의 대사를 통해 직접 그 답을 이야기한다.


“행복해. 근데 웃긴 게 뭔지 알아? 전혀 재밌진 않아. 다 지겹고 뻔한 것들이야. 어쩌면 그런 게 어른인지도.”
“사랑을 쟁취하고 행복을 찾고 가족을 이루는 일 모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거야. 그냥 운명에 
  맡기면 안 돼.”


이 영화는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사랑의 모양에 대해 답을 내린다. 설렘과 열정으로  가득한 몽글몽글 하트 모양이 아닌 따분하고 평범함으로 채워진 평평한 사각형일 뿐이라고. 가비와 마틴은 이제 그들의 사랑이 하트에서 사각형으로 변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인정을 넘어 용기를 내고 노력하기로 결심한다. 그들의 사랑이 하트 모양일 땐 마치 하늘을 날며 상쾌한 바람과 아름다운 햇살을 쬐는 것과 같았다면, 사각형으로 변해버린 지금은 흙먼지와 돌부리가 가득한 땅을 걸어가는 것과 같을 것이다. 마틴과 가비는 그 길을 함께 걷기로 다짐한다.


“서로를 지겨워하게 될 거야.”
“괜찮아 지겨운 것도 나쁘지 않아.”
“점점 서로를 원망하게 될 거야.”
“그때마다 왜 서로가 필요한지 얘기하자.”


이 영화가 제목에서 말하는 ‘새로움’이라는 것은 새로운 상대방, 새로운 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관계가 오래되어 지겹고 뻔해지더라도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행복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새로운 ‘마음가짐’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영화의 제목에 걸맞은, 사랑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가치가 아니다. 그저 우리가 원래 알고 있던 것을 상기시켜줄 따름이다. 감독 드레이크 도리머스는 가벼운 만남과 유흥거리로 전락해버린 사랑을 본래의 자리로 되돌려 놓길 희망한다. 수많은 사랑 이야기를 스크린에 녹여내며 사랑의 본질에 관해 탐구했던 그가 <Newness>를 통해 내놓은 답은 바로 이것이다.




<뉴니스(Newnes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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