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소 May 17. 2021

2002년생이 주인공

아들 성년 된 거 축하해!

신막사 공사로 인해 임시막사를 쓰고 있던 우리는 아침 점호가 끝나고 하루 일과의 시작으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임시로 지은 막사에서 40여 명이 함께 생활하느라 좁은 내무반은 시장통이 따로 없었다

터벅터벅하는 워커에 끈도 묶지 않은 채로 선임하사가 내무반 문을 열고 들어온다

"자~주목!"

"권오헌 이병, 김 00 이병..."
"이병 권오헌"

"관등 성명하지 마.. 씨
내 말 다 끝나고 대답한다.. 알았나?"
"네.. 알겠습니다"

"권오헌 이병, 김 00 이병, 이 00 일병, 유 00 이병, 정 00 이병.. 내 얘기 끝나고 상황실로 온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이름이 호명된 다섯 명은 이유도 모른 체 불안한 마음을 숨긴 체 줄지어 상황실로 향했다
딱히 다섯 명의 공통점도 없어 보인다
네 명은 자대 배치를 받은 지 얼마 안 된 이등병들이었고 이병관 일병만 자대에 온 지 반년이 지난 선임이었다

상황실 앞에 도착하니 본부 포대장과 선임하사가
말없이 믹스커피를 종이컵에 타고 있었다
포대장은 이십 대 중반의 중위였고 선임하사는 삼십대로 보이는 상사였다

선임하사가 커피 일곱 잔을 쟁반 위에 올리고
따라오라는 시늉을 하였다
머지않은 곳 벤치로 자리를 옮겨 커피 한잔씩을 나눠주며 포대장이 말씀하신다

뒷짐을 진 다섯 명은 무슨 영문인지 모른 체
포대장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인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나?"
"잘 모릅니다"
다섯 명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합창하며 대답한다

"오늘 여기 모인 다섯 명은 성년의 날을 맞은 주인공들이다
사회에 있었으면 더 좋은 선물과 맛있는 음식에
여자 친구가 있는 사람은 키스도 함께 받았겠지만
너희들은 오늘 초라할지 모르지만 이 포대장이 주는 커피 한잔으로 성년의 날 축하를 대신한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성년의 날을 축하한다! 서로에게 박수~"

그때서야 무슨 의미로 우리를 불렀는지 안다는 듯 선임하사가 나눠주는 커피 한잔씩을 옆사람에게 전달하며 어깨를 툭툭 쳐가며 서로를 축하해 주었다

내가 자대에 온 지 2주가 채 안된 1994년 5월 군대에서 맞은 성년의 날의 이야기이다


일곱 살에 학교를 들어간 나는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갔다
꽃다발도 향수도 키스도 없는 초라한 성년의 날이었지만 울컥하며 맞이한 나의 성년의 날이 많이 생각 나는 오늘이다





아들이 드디어 성년의 날을 맞이하였다

예전엔 만 20세가 되는 해 5월에 성년의 날을 맞이하였지만
2013년부터 만 19세로 나이가 비 뀌었다고 한다


자식이 성장하여 하나둘씩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요즘 재미가 쏠쏠하다

나와는 이런 게 다르구나~
나 때는 이랬는데 요즘은 이렇구나~
많이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나의 부모님도 나를 키우며 느꼈을 감정을
내가 지금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니
콧 끝이 찡해온다~



저녁 퇴근길에 꽃다발과 향수를 샀다
캄파놀라 꽃 위주로 꽃다발을 만들었다

꽃의 싱싱함을 유지하기 위해  물주머니도 만들어 주셨다

아들이 좋아했으면 좋겠는데
남자아이라 아들 역시 이런 것에 익숙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사람 구실 하며 살 수 있다

아들방 책상에 꽃다발과 향수 봉투 하나를 살포시 올려놓았다
예전 같으면 손편지를 썼겠지만
이제는 손편지에 감동할 나이는 지났다
손편지 대신 현금을 조금 넣었다

밤늦게 들어와 책상 위 꽃다발을 바라보며
너를 믿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성년이 되었다고 특별할 것도 없지만
법적으로 이젠 성인과 똑같은 대우와 그에 따른 책임감도 함께 따라야 하는 공식적인 성인이니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되길 바랄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마음속에 선생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