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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소 May 14. 2021

나의 마음속에 선생님

스승의 날 축하드립니다


"재순이, 오헌이, 성근이, 현선이, 현숙이, 은경이
학교 끝나고 남아서 선생님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괜찮겠니?"

"네~"

"야야 난 대답 안 했다~"
성근이가 나에게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입모양을 크게 하며 손가락으로 시계를 가리키며
인상을 찌푸린다

6교시가 끝나고 2반 애들이랑 축구를 하기로 하였는데 예상 밖의 선생님 말씀에 짜증이 밀려왔다

"뭐 하려고 그러시지?"
"낸 들 아냐~"
두 손바닥을 위로 들어 올리며 현선이가 제스처를 취한다

청소도 아닌데 청소하는 애들이랑 섞여 장난을 치다가 선생님이 들어오셔 장난을 멈췄다

"오늘 청소는 대충 해도 되니까 청소 당번들은 이만 집에 가보도록 하세요"


청소하던 애들까지 집으로 일찍 보내시고
아까 호명한 여섯 명의 아이들과
책상을 두줄로 마주 보게 만들어 앉았다


"다음 주에 있을 시화전에 너희들이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
너희가 저번에 써낸 동시가 우리 반에서 가장 잘 쓴 거 같아 선생님이 너희 들이 쓴 시를
시화로 만들어 다음 주에 있을 가을 축제 때 전시를 해보려고 하거든..
그래서 다음 주 까지는 너희들과 시화전 준비를 해볼 테니까 열심히 도와주길 바라~"

"네~"

아이들 목소리는 말꼬리가 내려가며 썩 내키지 않는 모습이었다

곧이어 선생님이 준비해 오신 물감이며 나무들..
처음 보는 물건들이 한가득 이었다

우린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 몰랐지만 선생님이 알려 주시는 데로 하나씩 배워가며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맡은 부분은 얇은 강목을 이용하여 사각 틀을 만드는 것이었다
센티를 재어 나무를 자르고 못과 망치로 사각틀을 만들어갔다

액자 형식의 사각틀에 캔버스를 덧씌워 뒤로 감아
스테이플러로 박았다
그렇게 하나를 만드는데 만도 2~3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렇게 2~3일을 작업한 끝에 우리는 각자의 액자형 캔버스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다음 작업은 각자의 시에 맞는 밑그림을 생각하고 물감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는데
그건 선생님이 각자가 하고 싶은데로 캔버스에 그려보라고 하셨다

미술에 소질이 없던 나는 선생님의 도움으로
모기장과 칫솔을 이용하여
고추잠자리 모양을 캔버스에 깔고 색칠해 나가기 시작했다

칫솔에 묻힌 물감이 모기장을 통과하며 작은 물방울 모양을 만들어내며 캔버스에 그려 시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우리 모두는 오~를 연발하며
박수가 끊이질 않았다





스물넷
그때 선생님의 나이다
첫 부임하여 온 학교가 우리 학교였고
첫 담임을 맡으신 반이 우리 반이었다
6학년 7반 담임 윤태정 선생님

그때는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하늘같이 높아서였을까?
나이를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나이도 많으신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직 소녀티도 벗지 못한 스물넷의 아리따운 아가씨였다

글재주가 좋으셨고 글쓰기를 좋아하셨던 선생님
유독 나를 많이 이뻐하셔서 글쓰기 지도를 많이 해주셨던 선생님

그런 선생님이 5월이 되면 많이 생각난다

몇 해 전엔 친구 몇 명과 함께 선생님을 모시고 식사 자리를 마련하였다


세월이 많이 흘렀나 보다
이젠 선생님이 누군지 학생이 누군지도 구분이 안 간다
친구 한 명이 여자 동창을 보고 선생님인 줄 알고 인사를 하였다가 그날 이후로 그 여자 동창은 별명이 선생님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마음속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있을 것이다

나에겐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이 그렇다

나의 글쓰기를 많이 알려주셨던 선생님
지금도 교편에 서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계시는
선생님이 오늘 무척 생각이 난다

몇 해 전 문학 어디에 등단하셨다는 말도 전해 들었다

언젠간 선생님을 찾아뵙고 나의 유치한 글들을 보여드리며 꾸지람도 듣고 싶다

초중고 시절 열 분의 선생님이 계시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윤태정 선생님

스승의 날을 축하드립니다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교편에 서서 아이들에게
긍정 에너지 팍팍 부탁드립니다

조만간 자리 한번 마련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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