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이 많은 아이였고, 지금은 겁이 많은 어른이다"라고 적었다가, 어른이라는 단어에 멈칫했다. 난 어른이라는 단어에 자신이 없다. 분명 나이는 먹었는데 여전히 아이처럼 서툴고 약하다. 어른인 척하는 아이다. 그래서 나는 "겁이 많은 아이였고, 지금은 어른인 척하는 겁이 많은 아이다".
예전에 셀프 인터뷰를 진행할 때 스스로에 대해 파악을 할 목적으로, 지인들에게 나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 5개를 말해달라고 부탁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가장 많이 받았던 말이 독립적이라는 말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똑 부러지다, 강한 의지력 같은 단어들도 많이 들었다. 정말 나는 독립적이고, 똑 부러지며 의지력이 강할까. 좋은 말이었지만 겁이 많은 나는 가만히 단어 하나하나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바라는 모습대로 내가 보여지고, 그 모습에서 남들은 나를 그렇게 인식하게 되고, 그런 인식 때문에 나는 더욱더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다 보니 나는 정말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된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내가 독립적으로 보이는 게 좋다. 하지만 문제는 나는 오랫동안 내가 가면을 쓰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나는 기대고 싶었지만 약해 보이기 싫었고 그래서 그 누구에게도 잘 기대지 못하고 살아왔고, 살고 있다.
쿨한 척하려 부단히도 애를 썼다. 그래서 의지력과 독립성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라도 사실누군가에게, 혹은 무엇인가에 의지하고 위로 받고 싶다.
나에게는 이런 고백이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그래도, 더 이상 미룰 수만은 없기에 이제부터 나는나답게 솔직하게 행복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