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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guxxi Aug 20. 2022

의지하나요, 의존하나요?

그래도 때로는, 의지하고 싶다

"겁이 많은 아이였고, 지금은 겁이 많은 어른이다"라고 적었다가, 어른이라는 단어에 멈칫했다. 난 어른이라는 단어에 자신이 없다. 분명 나이는 먹었는데 여전히 아이처럼 서툴고 약하다. 어른인 척하는 아이다. 그래서 나는 "겁이 많은 아이였고, 지금은 어른인 척하는 겁이 많은 아이다".




예전에 셀프 인터뷰를 진행할 때 스스로에 대해 파악을 할 목적으로, 지인들에게 나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 5개를 말해달라고 부탁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가장 많이 받았던 말이 독립적이라는 말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똑 부러지다, 강한 의지력 같은 단어들도 많이 들었다. 정말 나는 독립적이고, 똑 부러지며 의지력이 강할까. 좋은 말이었지만 겁이 많은 나는 가만히 단어 하나하나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바라는 모습대로 내가 보여지고, 그 모습에서 남들은 나를 그렇게 인식하게 되고, 그런 인식 때문에 나는 더욱더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다 보니 나는 정말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된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내가 독립적으로 보이는 게 좋다. 하지만 문제는 나는 오랫동안 내가 가면을 쓰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나는 기대고 싶었지만 약해 보이기 싫었고 그래서 그 누구에게도 잘 기대지 못하고 살아왔고, 살고 있다.


쿨한 척하려 부단히도 애를 썼다. 그래서 의지력과 독립성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라도 사실 누군가에게, 혹은 무엇인가에 의지하고 위로 받고 싶다.


나에게는 이런 고백이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래도, 더 이상 미룰 수만은 없기에 이제부터 나는 나답게 솔직하게 행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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