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나를 평생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것도 알겠고,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일, 또는 잘하는 일을 가지고 전문성을 살려야 하는 것도 알겠는데, 그럼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아직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는데, 그럼 여태 뭘 하면서 살아온 걸까, 하고 반추하다가 떠오르는 자괴감과 죄책감이 나를 삼키게 내버려 둔다. 그런데 우리는 망각의 동물이니까 금방 잊고, 그 틈을 비집고 튀어나온 방어 기제는 또 이런 불편한 생각을 틀어막는다. 그렇게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다가 어느 날 문득 훌쩍 흘러가버린 시간에 또 등장하는 자괴감과 죄책감.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 이제부터는, 정말 지금부터는 변화가 필요하다.
모든 변화의 시작은 현재가 기준이다. ‘지금’을 냉정하게 바라보지 않으면, 일에서는 아무것도 이룩할 수 없다. 현재의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자. 1) 내가 좋아하는 것/일, 2) 내가 잘하는 것/일, 3) 내가 행복을 느낄 때, 4) 불행을 느낄 때를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자. 적을 수 있으면 더 좋다. 3), 4)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텐데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혹은 일을 하면서 3)을 늘리고, 4)를 줄이거나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꼭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의 경우 가장 간단한 방법은 내가 빈 시간에 무엇을 주로 하는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오랜 시간 집중해서 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 바로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그래도 아직 찾기 어렵다면, ‘생산성이나 효율성에 관계없이’ 차근차근 찾아보기를 제안한다. 좋아하는 것과 관련된 키워드를 검색하다 보면 관심이 가는 또 다른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되고, 그것들이 쌓이면 내가 좋아하는 것이 좀 더 명확해진다. 마지막으로, 2)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고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제부터 찾으면 되니까. 긴장을 풀고 느슨하게 시작하자.
보통 전문성을 살리게 되는 일은 내가 조직(회사뿐만 아니라 학교, 다양한 모임 등)에서 계속해왔던 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잘한다고 칭찬을 받았던 일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찾았다면, 나만의 상품으로 만들어 다양한 프리랜서/아웃소싱 플랫폼(크몽, 오투잡 등)을 활용해 판매를 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플랫폼 상에서 실제로 내가 나의 상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단순히 일만 잘 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내가 직접 내 상품의 가격을 설정하고, 고객을 응대하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해내야 하는 부수적인 업무들을 혼자 감당해야 때문에 조직의 일원으로서 일을 하는 것과는 업무의 차원이 다르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나의 또 다른 능력을 발견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내가 생각한 나의 전문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해 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나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온/오프라인 교육과 다양한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 또한 내가 잘하는 것(혹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해당 분야의 지식이 쌓이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산업 군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세상을 배우게 되는데 나와 다른 사고방식과 삶에 대한 태도를 보면 변화와 성장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쳇바퀴 돌아가는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참여를 위한 시간을 따로 내보길 권한다. 혹시, 비용이 걱정이 된다면 국가에서 지원하는 고용노동부 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무료로 수강할 수 있는 강의도 있고, 일정 부분 자기부담이 필요한 수업도 있는데 재직자도 활용할 수 있다.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주말을 활용해 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하여 무료로 꽃꽂이 수업과 웹과 앱 개발 강의를 들었고, 강의에서 만난 분들과 현재까지 연락을 주고받으며 일적인 부분에서 협력을 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던 많은 모임들이 조금씩 다시 밖으로 나오고 있으니, 적극 활용해 보자.
마지막으로, 나도 잘 모르는 나와 나의 상황에 대해 알려주는 다양한 검사 방법들을 소개한다. 온라인으로 간단하고 빠른 검사가 가능하다. 구체적인 설명을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나 전문가의 상담도 고려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