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공부
“누구든지 웬만한 정도의 상식과 경험만 있다면, 자기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 방식 자체가 최선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선선해진 바람이 얼굴에 닿을 때 문득 오늘 며칠이지, 생각하다가 벌써 8월 끝자락에 도달해있음을 알고 무서운 시간의 속도에 멈칫했다. 정신없고 바쁜 하루를 핑계로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미리 환영하지 못하는 건 내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저지르는 실수이다. 미리 인사해 주는 그것들 덕에 유한한 삶과,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현재의 나에 대해 돌아볼 시간을 갖는다.
우리의 인생은 무한함이라는 가면을 쓰고 우리에게 온다. 가면을 벗길 수 있을 만큼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을 겪지 않는 이상, 그저 똑같이 살아가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하는데 대부분은 관계와 관련된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타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 타인이 나를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에 신경을 쓴다. 갈등을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 '무의식적인 처세 공식'을 활용하느라 나의 진실한 감정과 의견을 외면하고 억누른다.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ilgram)은 자율성 없이 타인을 만족시키는 사람으로서 자신을 바라보는 자세, 즉 대리자적 자세agentic state가 오래 지속되면, 자신의 의견을 알 수 없고, 더욱 심각하게는 삶에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설득의 심리학>에 나오는 ‘사회적 증거의 법칙’에 의하면, 사람은 자신의 해답을 갖지 않을 때 주변의 행동을 따라 하는 심리적 성향이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회사에서 (상식에 맞지 않는) 상사의 지시를 곧이곧대로 따르거나, 동료들이 다 하기 때문에 (잘못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같이 하는 행동들을 한 경험과, 그런 행동으로 인해 갖게 된 힘든 감정이나 죄책감 같은 불편함을 감당해야 했던 시간들이 있다. 이런 행동이 오랜 시간 지속된다면 불편한 감정에 어느 정도 무뎌질 수는 있겠지만, 마음은 병 들어간다. 알아차렸을 땐 보통 시간이 너무 지나버린 후이다.
그래서, 그럼 어떻게 살 것인가.
이 또한 깊은 생각을 필요로 하는 매우 불편한 질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또 미룬다. 그런데 언제까지 미룰 수 있을까. 다시, 인생이 무한하다는 생각을 버리자. 죽음을 기준으로 한 번 생각해 보자. 우선순위가 바뀌지 않는가? 언제까지 남의 시선 속에만 머물러 있을 것인가.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출발선에 서는 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나를 공부하는 일도 처음 시작이 어렵다.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나만의 시간을 내어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고, 그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다 보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불편한 것이기보다는 반드시 필요한 질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때가 온다. 감사한 마음도 함께 온다.
시간은 어차피 지나간다. 그리고, 모든 건 실행에 달려 있다.
나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자.
슬프지만 인생에서 결국 나는, 나를 가장 잘 이해하고, 스스로 챙겨야 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이 글을 위해 도움을 준 고마운 책-
* 김호,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직장을 넘어 인생에서 성공하기로 결심한 당신에게)>
* 로버트 치알디니, <설득의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