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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guxxi Aug 30. 2022

Small steps

천천히 차곡차곡 쌓기

"인생이란 계단의 연속이다. 매사가 원래 더딘 법이다. 한 번에 높은 계단을 오를 수도 있겠지만 인생의 대부분은 낮고 시시해 보이는 계단을 오르는 데 바쳐진다." - 랠프 랜섬



좋아하는 것을 찾았고, 잘하는 것도 찾았다. 전문성을 키워보겠다고 뭔가를 해보고, 배워보고 있긴 한데 생각보다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고, 계속해 보니 잘하는 것 같지도 않다. 생각했던 것만큼 기쁘지가 않다. 내 얘기였다. 다양한 걸 도전해 본 나는 매번 닥치는 허탈감 앞에서 흔들렸다. 시간과 돈을 여러 곳에 투자해놓고 자주 싫증을 느꼈고, 끈기가 없다고 자책하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시험 기간이었을 거다.)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던 중에 내 시야에 들어온 스티브 잡스의 2005년 스탠퍼드대학 졸업 축사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wz0j7z38LIg), 평소의 나라면 그냥 지나쳤을 수 있겠지만 시험기간 이니 나는 해당 영상을 당연히(?!) 클릭했다. 이 축사에서 그가 언급한 '커넥팅더닷츠(Connecting the dots)'는 현재까지도 다양한 분야에서 인용되는데, ‘시도하는 일들이 서로 연관성이 없는 점으로 보이지만, 미래에 어떤 식으로 연결될지는 알 수 없다, 모든 경험은 나의 소중한 자산이 된다’라는 내용이다. 이 영상을 보고 난 안심했고, 더욱 열심히 많은 일들을 시도하고, 성공하고, 실패하고, 좌절했다. 폴 발레리 또한 지금처럼 복잡하고 변화가 큰 시대에는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세상의 일반적인 판단을 근거로 결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일단 다양한 일을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스피노자가 창안한 코나투스(Conatus; 본래의 자신다운 자신으로 있으려는 힘)를 빌리면, 어떤 일이 나의 코나투스를 올리고, 내리는지 다양한 경험으로 찾아내야 한다. 내가 바라는 삶, 원하는 일을 위해 지금이라도 우리는 우리의 에이도스(Eidos; 코나투스의 본질에 대응하는 의미; 자신의 외모나 지위 등의 형상)보다 코나투스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양한 경험의 중요성에 대해 적고 보니 두 명의 배우가 생각났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97화 이직의 기술>에서 인상 깊었던 진기주 배우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S그룹 공채 출신이다. 그 후 기자, 모델 활동을 하는 와중에도 연기가 하고 싶어 여러 오디션에 도전했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고, 27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된다. 영화 <범죄 도시>의 강해상,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구씨를 맡았던 손석구 배우는, 데뷔 전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이유로 자이툰 부대에 자원해 이라크로 파병을 갔고, 해외에서 영화와 미술을 전공하고, 농구선수를 준비하기도 했다. 연극 활동과 감독을 했고, 한국에서 중소기업의 대표이사를 맡으며 직접 회사를 경영하기도 했다. 그가 연기를 시작한 나이는 29살, 얼굴을 알린 건 37살이다. 그들의 다양한 경험(점)은 서로 연결이 되어 배우라는 직업이 되었다. 두 배우를 보면서 인생에서 시도하기에 늦은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가,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나에게 늦어서 포기하라고 나를 말리는 것일 뿐. 내 인생에 있어 비교할 대상은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밖에 없으니, 지금 이 순간에서 우리는 나의 것을 천천히 차곡차곡 쌓아가면 된다. 그렇게 한다면 100% 내일은 오늘보다는 성장해있을 거니까. 그리고, 실패해도 괜찮다. 실패의 횟수가 많다는 것은 경험의 콘텐츠가 많다는 증거이니까.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 주는 만큼 일한다는 생각은 우리를 고갈시킨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것 같을 때, 금방 질려버리는 스스로가 한심해도 사실 그때가 성장의 동력이 쌓이는 시간이다.


조급함은 내려두고 천천히 가보자. ‘세상의 모든 위대한 업적은 사소한 데서 시작하고, 그 사소한 것에 애정을 갖는 사람만이 위대해지는 법’이다.




“목표 달성까지의 예상 시간이 3년이라면 많은 사람과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7년이라면 적은 수의 사람만 도전한다. 단순히 시간만 늘려도 해보지 못했던 일에 뛰어들 수 있다.” - 제프 베조스




- 이 글을 위해 도움을 준 고마운 책 -  

* 야마구치 슈, <어떻게 나의 일을 찾을 것인가 (야마구치 슈의 직업 선택의 철학)>

* 이나모리 가즈오, <왜 일하는가 (지금 당신이 가장 뜨겁게 물어야 할 첫 번째 질문)>

* 전미경, <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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