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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guxxi Oct 26. 2022

보고 모으고 기록하고 꺼내고 다시 보고

기록의 힘

어렸을 때부터 문구류를 정말 좋아해서 일부의 주변인들은 나를 문구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양한 문구류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수첩, 그다음으로 좋아하는 건 펜이다. 어느 정도로 좋아하냐 하면,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잔뜩 받고 오는 날이면 그날은 꼭 집 근처 문구점에 들러 색이 예쁜 펜을 사서 낙서를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아주 저렴한 나만의 소확행이다.
 
새 수첩이 있어도 예쁜 수첩이 있으면 또 사고 마는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로부터 수첩을 다 쓰고 새로운 걸 사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는데 독립한 지금도 여전히 사고, 또 사서 집 청소를 하거나 이사를 갈 때마다 수첩들의 종류와 그것들의 무게에 깜짝 놀라곤 한다.
 
어느 날 문득 왜 수첩과 펜을 좋아하는지에 생각해 보다가 내가 어렸을 때부터 수첩과 펜을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무언가를 끄적이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사용하면서 일부 나의 기록들은 기계로 이동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나는 수첩과 펜을 언제나 가방에 가지고 다닌다.
 
서재를 정리하다가, 한참 힘들었던 20대 유학 생활 때 1달러샵에 가서 산 파란색 수첩을 오랜만에 펼치게 되었다. 지금 읽어도 눈물이 날 정도로 처절한 이야기, 별것도 아닌 이야기, 다짐, 목표 등 나만의 개인적인 것과, 보고 들은 것들,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기록해놓은 것을 보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열심히 버텨온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하면서 안쓰럽다가, 정신을 바로 차리게 되었다. 요 근래 나의 단점이 너무 커 보여서 나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이 너무 커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오랜 기록 덕분에 마음을 잘 추스를 수 있었다.



 
기록의 장점은 참 많다. <기록의 쓸모>에서 이승희 마케터는 '기록들이 연결이 되어 생각의 고리가 되'며, 기록을 하면 삶을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삶'이 된다고 했다. 그녀는 기록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일을 잘 하고 싶어서'라고 했는데, 그녀의 말에 동의한다. 어느 종류의 일이든, 놓치지 않고, 잘 하기 위해서 기록은 꼭 필요하다. 그리고 그 기록들을 다시 살펴보며 내 것으로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 내 경험에 의하면, 뭘 좋아하는지 모를 때도 기록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나갈 수 있었고 무엇보다 어떤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그 순간의 감정이나 분위기에 따라 그 순간의 생각으로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간의 여러 기록들과 자료들을 살펴보면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게 되고, 보다 큰 그림을 보면서 결정할 수 있'었다.
 
나는 매주 일요일 밤 잠이 들기 전에 한 주간 모은 기록들을 구글 문서에 정리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을 갖는다. 생각보다 그 시간을 갖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남의 언어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언어'로 살아가기 위해, '나라는 사람의 답을 찾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짧은 시간이라도 의도적으로 만들려고 애를 쓰고 있다. '내가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나라는 사람에게 녹아들 것이라고 믿으'며.
 
기록을 하고 있다면 그대로 꾸준히,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면 꼭 시작할 것을 권한다. 




이 글을 위해 도움을 준 고마운 책 -  

김호,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직장을 넘어 인생에서 성공하기로 결심한 당신에게)>

* 이승희, <기록의 쓸모: 마케터의 영감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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