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해지기
“내가 지금 굉장히 멋진 일을 하고 있구나.”
이연 작가는 그녀의 책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에서 ‘멋진 일은 대게 두려움을 동반’하며, ‘우리가 두려워하는 만큼 그 여정은 험난하다’고 했다. 일에 있어서의 독립을 결정하기까지도 참 험난했는데, 이제는 주변에서 나를 흔든다. 원하지 않는 주변의 충고와 조언이 하나둘씩 쌓여갈수록 나의 선택에 대한 자신은 사라지고, 그런 선택을 한 자신을 비난하며 더 깊게 내면으로 빠지게 되는 과정의 반복, 20대 때 내가 어떤 일을 시도할 때마다 겪었던 힘겨운 여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감을 잃지 않고 해왔던 것들이 어느새 나의 소중한 취미, 혹은 밥벌이 수단이 되어 있는 걸 보면 그땐 왜 그렇게 남의 말에 흔들렸을까 후회스럽다가도, 힘들었지만 꾸준히 무엇인가를 해 온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하다. ‘진정으로 훌륭한 사람들은 당신도 훌륭하게 될 수 있다고 느끼게’ 하니, ‘당신의 야망을 폄하하는 사람을 멀리하라’는 작가 마크 트웨인의 명언을 내가 좀 더 일찍 이해했다면 나의 여정이 덜 험난했을까.
모든 명언은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이해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그래도, 나의 결정에 내가 흔들릴 수는 없으니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우리는 우리의 ‘야망을 폄하하는 사람을 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내가 단단해져야 한다. 독립의 형태와는 무관하게 독립 자체는 쉽지 않은 도전이기 때문에 결정을 한 후에도 흔들리기 마련이다. 주변의 말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우리는 아마 끝까지 흔들릴 것이다. 하지만, 이미 결정한 이상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법.
보통 이렇게 흔들릴 때 나는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내면의 세계로 깊게 빠지게 되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기피하게 된다. 어느 순간 이러면 안 되겠구나, 싶어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는데 나의 변화를 (특히 감정적으로) 싫어하거나, 비협조적인 사람들과의 만남 대신 진정으로 나를 알고, 이해해 주는 사람과 객관적인 시점에서 나의 성장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사람, 내가 고민하는 길을 먼저 갔던 사람들을 주로 만나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에 대한 그들의 소중한 의견들과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정리해나가면서 조금씩 마음이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임상심리학자 가이 윈치Guy Winch가 소개한 ‘소셜 스낵social snack’도 불안정한 마음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된다. 대신, '소셜 스낵'을 미리 저장해두어야 한다. ‘소셜스낵’은 무언가를 해냈던 기억, 행복했던 기억,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나의 기분, 다정한 말,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 등으로 나만 아는 행복 스위치를 켰을 때 등장해 나를 지켜주는 것들이다. 마음이 행복하고, 건강하고, 편안한 상태일 때 나만 아는 행복을 저장하는 습관은 많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나를 보호해 준다. JTBC4 <비밀언니>에서 EXID 하니가 행복을 저장하기 위해 행복한 순간을 오감으로 기억한다고 했던 장면이 있다. 그녀는 일단 보고 기억하고 눈을 감고, 귀를 열어 모든 소리를 들으며, 향을 맡는다. 무언가를 먹고 있다면 맛까지 저장한다. 비틀즈를 좋아하는 나는 ‘나만의 비틀즈 만들기’로 이름을 정하고 순간의 행복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단단한 마음을 갖기 위해서 필요한 또 하나의 좋은 습관은 거절과 친해지는 것이다. 이제는 일뿐만 아니라, 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니 예전보다는 확실히 더 많은, 다양한 거절에 노출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보통 거절을 당할까 봐 두려워 '실패할 것 같은 일은 시도하지 않는다'. 생각처럼 쉽지 않지만, '거절을 기본으로 일에 접근하면 의외의 기회와 맞닿게' 되는 건 사실이다. 나는 인터뷰어로도 활동을 하고 있는데, 여전히 인터뷰 요청을 할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수도 없이 거절도 당해봤지만, 여전히 거절에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어제보다 더 성장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인터뷰 요청의 거절을 디폴트로 생각하고, 불안감에 맞서 전화기를 든다.
마지막으로, 나와 우리를 위해 품위 있게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어느 장소에서건 '윗사람의 말을 잘 듣는 것을 지나치게 미덕으로 여겨'온 문화에서 자랐고, 돈을 주는 사람의 심리적 파워가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의 심리적 파워보다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나의 경우에는 불합리한 요구에 대해 나의 의견을 정중하게 전달했을 때 나의 과거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와 충고까지 들은 적이 있는데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알고 지낸 지인이라서 큰 충격이었고, 그 이후로는 모든 행동과 요구에 묵묵히 따르는 것이 바람직한 일의 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상황에 맞게 처신하는 것이 행복하게 일을 하는 방법이다. 일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 것은 일과 나를 명확히 분리하고, 나의 한계를 알고, '할 수 있는 일과 놓아야만 하는 일'을 알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적고 보니, 행복하게 일하기 위해서 참 해야할 것들이 많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지 않은가. 그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발전이고 성장이다. 오늘 소셜 스낵을 하나 저장하고 발을 쭉 뻗고 자길 바란다. 여기 같이 흔들리며 나아가는 나도 있으니 혼자만 특별하다고, 외롭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성공이란 힘겹게 올라가다 누군가는 떨어지고 도태되는 길이 아니라 이미 성공할 사람은 성공이 결정돼있기 때문에 성공을 향해 내려가는 길이라 생각해요. 그들은 남들이 겪어보지 못할 만한 경험을 하면서 인생의 깊이가 깊어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깊어지고 사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모든 스토리가 성공의 스토리들이 되어 빛나는 위치에 가게 되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 instagram: @smalldots__
- 이 글을 위해 도움을 준 고마운 책 -
* 김진영,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
* 김호,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직장을 넘어 인생에서 성공하기로 결심한 당신에게)>
* 야마구치 슈, <어떻게 나의 일을 찾을 것인가 (야마구치 슈의 직업 선택의 철학)>
* 이나모리 가즈오, <왜 일하는가 (지금 당신이 가장 뜨겁게 물어야 할 첫 번째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