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잘 지내보자
거울 속 여자가 낯설다.
앞머리 숱이 확연히 줄어들어 이마가 넓어 보인다. 볼살은 축 처지고 늘어나 있다. 각진 얼굴이 싫어서 피부과를 가고 마사지도 꾸준히 다니며 나름 다듬어뒀던 저작근이 어느새 다시 튀어 올라와 있다. 얼굴은 푸석푸석하고 생기가 없다.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하던 염색을 임신 후 3개월간 멈췄더니, 꼬불거리는 흰 머리카락들이 빈 공간 사이로 선명하게 드러난다. 새치 염색 도구로도 이제 더 이상 흰머리를 숨길 수가 없다.
거울 앞에서 한참을 서 있던 나를 발견한 승일이가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후회하지 않아. 변화하는 내 모습에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았을 뿐이야."
거울 앞에서 느꼈던 그 낯섦과 슬픔은 단순히 외모의 변화에 대한 슬픔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내가 더 이상 예전의 나가 아니라는 것, 이제는 '나'라는 개인이 아니라 '엄마가 될 사람'이라는 정체성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변화는 상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나는 잃는 동시에 얻고 있다. 예전의 얼굴과 몸을 잃는 대신, 새로운 생명을 품는 경험을 얻고 있다. 나만을 위한 삶을 잃는 대신, 누군가를 사랑하고 키우는 삶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울 앞에서 느꼈던 그 감정들, 그 솔직한 슬픔과 당혹감조차도 소중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아름답고 숭고한 순간들만이 아니라, 이렇게 거울 앞에서 낯선 자신을 마주하며 당황하고 슬퍼하는 순간들까지 모두 포함해서.
앞으로 거울 속 낯선 여자와 잘 지내볼 예정이다.